채권 바이백하려는 은행, 안 판다는 투자자

더벨 한희연 기자 | 2010.11.22 14:18

산은, 3500억원 예정에 400억원 낙찰...수출입은행은 포기

더벨|이 기사는 11월18일(11:44)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두 특수은행이 채권의 바이백(조기상환)에 나섰다가 투자자들의 시큰둥한 반응에 머쓱해졌다. 보유 물량을 내놓으려는 투자자들이 거의 없었다.

올 들어 은행채는 채권시장에서 금값이 부럽지 않다. 매달 평균 1조원씩 순상환되다 보니 물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은행채 품귀현상 때문에 이를 대신할 만한 공사채나 우량 회사채 값도 덩달아 뛰는 지경이다.

은행채 물량 감소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전망. 그렇지 않아도 투자할 곳이 없어 고민인 상황에서 은행이 만기 상환도 모자라 바이백까지 나서는 것 자체에 대해 시장의 분위기는 부정적이다.

◇ 산업·수출입銀, 바이백 응찰수요 부진

금융시장에 따르면 지난 17일 산업은행은 12종목의 채권 약 3500억원에 대한 채권 바이백을 진행했다.

해당 채권들이 워낙 고금리일 때 발행된 채권이라 이를 매입해서 순이자마진(NIM) 개선 효과를 노렸다는 것이 산은 측의 설명이다. 자체 여유자금이 많은 상황에서 바이백을 통해 재무개선 효과도 노리고, 앞으로 발행될 채권의 발행금리도 낮출 수 있는 등 산은으로서는 손해볼 것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오전 10시 반부터 11시까지 진행된 서면입찰을 통해 들어온 응찰물량은 600억원이 전부.

결국 산은은 이날 오후 2시, 400억원 규모의 채권 3종목을 바이백하게 됐다고 밝혔다. 예정 수량인 3500억원의 10%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낙찰 금리는 종목에 따라 전날 민평 금리 대비 2~4bp 정도 낮은 수준으로 결정됐다.

산은 관계자는 "시장에서 공개매수하기 전에 최근에 일부 매입상환을 해오고 있었는데 물량이 많이 없었다"며 "공개매수를 하면 물량이 있지 않을까 했었는데 역시 응찰 물량이 너무 적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바이백 대상 채권이 2008년에 발행된 고금리 채권이다 보니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매칭 수요로 잡혀 있어서 더 응찰이 없었던 것 같다"며 "응찰 물량이 적어서 바이백 실효성을 다시 검토하고 있으며 연내에는 추가 바이백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KIS채권평가에 따르면 산금채 발행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 51조2410억원에 육박했지만 올 들어 순상환 행렬을 지속해11월 현재 35조원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같은 날 오전 수출입은행도 채권 바이백을 위해 시장 수요를 점검했다.

해당 채권은 올해 4월 발행됐으며 규모는 900억원 정도다. 내부적으로 여유자금이 들어온 상태에서 채권을 바이백해 이자소요를 줄이자는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후가 되도록 별다른 시장 수요가 없자 바이백 얘기는 슬그머니 사라졌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조정이 필요했고 채권 규모도 좀 줄이고자 태핑을 해봤다"며 "응찰 수요가 별로 없는 분위기라 계획을 접었다"고 설명했다.

◇ 은행채 품귀현상, 내년에도 계속될까

시장 참가자들은 은행채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바이백을 시도하면 물량을 내놓을 기관이 어디 있겠냐는 분위기다. 시중은행과 특수은행의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시중 은행채는 품귀를 보이고 있다. 산업은행이 바이백 공고를 내보낸 지난 16일 한 시장 참가자는 "안 그래도 은행채 품귀인데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물량이 없다고 아우성치는 시장과 있던 채권을 좀 더 줄이고자 하는 은행의 시각차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월 221조원 수준을 보이던 은행채 발행 잔액은 11월 현재 181조원 규모를 보이고 있다.

자금사정은 워낙 풍부한데 굴릴 곳은 마땅치 않은 은행들이 굳이 채권을 발행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예대율 규제가 일단락 됐다지만 적극적으로 채권을 늘릴 유인은 또 없는 상황. 시중은행들의 경우 연말까지는 순상환 기조를 유지할 생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내년에도 은행채 발행이 증가할 요인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견해도 나온다.

최근 윤영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리포트를 통해 "주요 은행의 펀더멘털 개선과 M&A 이슈 등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과 제반 규제강화 기조를 감안하면 은행채의 추세적 감소는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은행에 대한 전 세계적인 규제 움직임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는 한 은행채 발행을 확대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건설 부동산과 관련해 아직 은행들의 여신 거품이 걷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은행채를 발행 확대보다는 내부정비에 더 신경을 쓸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 위원은 "최근에는 일부 은행을 중심으로 대출 확대를 모색하는 상황이지만 이러한 움직임이 은행채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며 "수신 증가로 자금잉여 상태가 지속되고 있어 대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은행채를 발행할 유인이 적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은행에 대한 규제 강화가 아직 진행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 위원은 "예금 은행 전체의 건설부동산 대출비중은 대략 2%를 축소하는데 대략 2년이 걸렸으며 거품전의 수준인 18~19%까지 축소하려면 다시 2년이 걸릴 것으로 어림잡을 수 있다"며 "건설부동산과 관련한 디레버리징 부담이 엄연한 상황에서 은행이 다시 적극적인 자산확대 전략으로 전환하고 은행채 순발행을 재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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