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현대그룹의 인수 실패와 현대차그룹의 인수후보 재등장 가능성에 베팅했다.
가장 예민하게 반응한 곳은 현대상선이었다. 6.1% 상승 마감한 현대상선은 현대그룹 내부에서 조달한 자금 대부분을 담당하고 해외에서 끌어온 1조2000억원도 감당했던 터라 호재로 작용했다.
특히 현대차가 현대건설을 인수한다는 가정하에 현대상선 경영권분쟁 시나리오가 다시 고개를 든 게 영향이 컸다. 현대차가 현대건설을 인수하면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8.3%를 토대로 현대중공업(17.6%), KCC(5.0%) 등을 포섭해 M&A에 나선다는 각본이다.
현대엘리베이터도 3.4% 상승하고 현대증권은 약보합에서 보합까지 만회하며 거래를 마쳤다.
현대차그룹 주가는 고민에 빠진 표정이 역력했다. 현대차는 오전 강보합권을 유지하다 오후 무렵 현대건설 채권단발 소식에 오후 -2.1%까지 밀렸다. 그러나 우려가 희석되고 외국인 매수가 유입되면서 보합에 마감했다.
한편 현대그룹은 현대차가 인수자금 의혹을 은밀히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매각주간사에 현대차의 예비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현대차가 반발하는 등 현대건설 인수전 불꽃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시장은 현대건설 인수전이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을 염두에 둔 듯 현대건설 주가를 전일 대비 4.3%까지 끌어올렸다. 외국인은 사흘연속 순매수를 진행해 이날에만 218억원대 물량을 사들였다.
대우증권 송흥익 연구원은 "채권단이 결정을 번복할 가능성에 너무 무게를 많이 두는 것은 리스크를 높여가는 것일 수 있다"며 "외국인이 현대건설 매수를 강화하는 건 현대건설의 해외 사업을 높이 평가하고 현대그룹의 지분율이 그리 높은 편이 아니어서 주주들 반발을 무릅쓰고 자산 매각 등을 시도하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