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 실적개선에 'IFRS 거품'

더벨 임정수 기자 | 2010.11.18 09:55

사모펀드 청산이익, 4Q까지 1조원 넘을 듯

더벨|이 기사는 11월15일(08:55)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국내 대부분 생명보험회사가 2분기(6~9월)에 전분기보다 개선된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주가 상승과 금리 하락으로 주식과 채권 등 투자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가증권에서 모두 이익이 난 덕분이다.

그러나 생보사의 2분기 당기순이익은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의 여파로 다소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생보사들이 사모펀드를 본격 청산하면서 그동안 반영되지 않았던 이익이 한꺼번에 당기순이익에 가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IFRS가 도입되면 사모펀드(재간접형)에 투자할 유인이 사라지기 때문에 생보사들은 2분기부터 사모펀드를 본격청산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생보사들은 그동안 기타포괄손익으로 이연해 왔던 사모펀드 투자이익을 당기손익으로 반영했다. 그 결과, 생보사들은 시장상황이 개선된 것 이상의 투자성과를 시현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보험사들의 사모펀드 청산은 회계연도 기준으로 올해 4분기(2011년 1~3월)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모펀드 청산을 통한 투자이익 개선은 삼성생명과 대한생명 등 주요 생보사에서만 올해 연말까지 1조원 이상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

◇ 생보사들, IFRS 도입으로 사모펀드 청산 러시

15일 IFRS 개정공개초안(제1027호)에 따르면,IFRS가 도입되면 집합투자기구의 하나인 사모펀드는 실질지배력 기준에 따라 연결 재무제표 작성 대상에 포함된다. 또 수익증권 형태로 재무제표에 표기돼 왔던 사모펀드의 경우 펀드 내부투자 자산을주식과 채권 등으로 구분해 별도 계정에 표시해야 한다.



사모펀드를 청산하는 경우에는 펀드에 대한지배력을 상실하는 시점에서 잔존 보유 자산을 공정가치로 평가해 당기손익으로 인식해야 한다. 기존에 장부가로 평가하고 평가손익을 기타포괄손익(OCI)으로만 인식하던 방식에서 달라진 것이다.

따라서 IFRS를 도입하는 보험사들은 사모펀드를 보유할 필요성이 사라졌다. 사모펀드를 부외계정에 따로 표시할 수 없게 되는 한편, 수익증권으로 관리되던 사모펀드의 경우 같은 포트폴리오로 직접 운용할 때와 회계처리 방법에 차이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사모펀드로 운용할 경우 운용사 위탁에 따른 비용만 발생할 뿐이다.

굳이 사모펀드를 보유할 필요가 없어진 생보사들은 올해 2분기부터 사모펀드를 청산하고 있다. 생보사를 시작으로 금융회사의 사모펀드 청산 러시가 시작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생명은 4분기까지 사모펀드를 대부분 청산할 계획이다. 대한생명도 올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사모펀드를 일부 청산했으며, 앞으로도 추가로 청산할 계획이 있음을 내비쳤다.

보험사 자산운용팀 관계자는 "사모 형태로 투자하는 간접운용의 인센티브가 사라졌다"면서 "보험사 입장에서일반적은 주식이나 채권을 더 이상 사모펀드로 운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 생보사만 1조원 추가이익··투자이익 착시현상 주의보

사모펀드 청산으로 보험사들의 투자이익은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큰 폭의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중 상당 부분은 IFRS 도입에 따른 사모펀드 청산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일종의 투자이익 착시현상은 4분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대한생명은 지난 2분기에 무려 1749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이 중 주식 및 채권 매각이익이 1400억 원으로 순이익의대부분을 차지했다.

증권사 보험 담당 애널리스트는 "대한생명 증권 매각 이익 중 절반 이상이 사모펀드 청산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이러한 투자이익 개선효과는 사업보고서에 잘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대한생명은 4분기까지 3000~4000억 원 정도의 사모펀드 청산이익을 거둘 것"이라며 "향후 매 분기 1000억 원 이상의 펀드 청산이익이 투자이익에 반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삼성생명은 4분기까지 대한생명보다 많은 5000억 원 이상의 사모펀드 청산이익을 투자이익으로 반영할 것"이라며 "생보사만 따져도 사모펀드 청산으로 발생하는 투자이익이 1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직 2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삼성생명은 비공식채널을 통해 IFRS 도입을 대비해 올 4분기까지 사모펀드를 모두 청산하고 일부를 공모펀드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외국계 증권사의 보험섹터 연구원은 "보험사는 투자이익 변동성을 줄이고 영업 마진을 개선해야 본질적인 실적 개선을 달성한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사모펀드 청산에 따른 이익은 향후 보험사의 투자이익 변동성을 더욱 키우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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