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vs 대우건설, "닮은 꼴, 다른꼴"

머니투데이 최명용 김지산 기자 | 2010.11.17 15:10

'외부차입 빅딜' 닮은꼴 vs 풋백옵션 없으면 '승자의 저주' 피할까?

올해 최대 빅딜인 현대건설 M&A전이 일단락됐다. 현대그룹이 5조5000억원이란 깜짝 가격을 제시하며 현대건설 인수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10년 만에 주인을 되찾은 현대건설 M&A전은 4년 전 진행된 대우건설 M&A전과 여러모로 비교가 된다.

채권단이 주도해 출자전환한 기업을 매각한다는 점과 인수기업이 대규모 외부 자금을 조달해 인수자금을 마련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다만 풋백옵션의 유무가 다른 점이다. 풋백옵션 없는 현대건설 인수전에선 대우건설과 같은 '승자의 저주'가 재현되지 않을까. 시장의 반응은 아직까지는 싸늘하기 그지 없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매각은 닮은 꼴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의 매각작업은 닮은꼴이 많다. 우선 채권단(주주협의회)이 주도하는 빅딜이란 점이다.

대우그룹 해체와 함께 자산관리공사가 떠안은 대우건설은 2004년부터 매각작업을 진행했다. 자산관리공사는 산업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 지분도 위탁받아 총 72.1%(2억4465만주)의 매각을 추진했다. 치열한 경쟁 끝에 금호가 6조4255억원에 대우건설을 인수했다.

현대건설도 채권단이 매각을 주도했다. 정책금융공사를 비롯한 8개 금융기관이 매각작업을 벌였고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 등 2파전으로 진행됐고 결국 현대그룹이 5조5000억원에 현대건설을 인수키로 했다.

인수기업이 대규모 외부차입금을 활용했다는 점이 가장 큰 공통점이다. 금호그룹은 당시 3조5000억원을 재무적투자자들로부터 조달했고 현대그룹은 4조원 가량을 외부에서 조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풋백옵션 유무가 차이점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매각에서 유일하게 다른 점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자금을 되갚는 풋백옵션 유무다.

금호그룹은 2006년 당시 18개 금융기관과 풋백옵션 계약을 맺었다. 인수전이 끝나고 3년 뒤인 2009년 12월까지 대우건설 주가가 3만1500원 밑으로 떨어지면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이자를 더해 상환한다는 약속이다.


2006년 2만원 수준이던 대우건설 주가는 2007년 3만원이 넘어섰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와 함께 2009년엔 1만원까지 떨어졌다. 풋백옵션을 이행하기 위해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 부어야 하는 금호그룹은 대우건설 재매각 등 그룹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에 '풋백옵션'을 활용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채권단 관계자도 이를 확인했다. 그렇다고 현대그룹이 외부 차입 부담이 적은 것은 아니다. 공개되지 않은 다른 이면 계약이 있을지 모른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크다.

◇현대그룹 외부차입 부담은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대금으로 제시한 가격은 5조5000억원 선. 증권가에선 나티시스은행 등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차입금이 공개된 3000억원 수준이 아니라 1조2000억원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증권가는 한 해 이자 비용으로 2000억원 이상을 추정한다. 대부분 현대상선이 갚아야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현대상선의 이자비용 예상치는 2150억원 수준. 여기에 현대건설 인수자금 관련 이자가 더해지면 내년 부터 이자비용은 4150억원으로 커진다. 향후 2년간 매년 상환해야 할 원금은 1조5000억원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들이 예상하는 현대상선의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5900억원, 6370억원이다. 영업이익을 원리금 상환에 고스란히 써도 모자란다. 현대그룹측은 현대건설 자산 매각은 없다고 단언했지만 시장에선 회의적인 반응이다. 금호도 대우건설의 자산 매각은 없다고 호언했다가 말을 바꿨었다.

자산 매각 외에 유상감자나 배당으로 통한 자금 확보도 어렵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 자본금이 5570억원에 불과해 자본금 1조7000억원인 대우건설이 했던 유상감자 가능성이 매우 낮다"며 "현대그룹이 보유하게 될 지분율도 34.9%로 낮아 고배당을 통한 자금 회수도 어렵다"고 밝혔다.

변성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이 현대그룹으로 편입되면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 규정에 의해 현대상선이 보유한 현대증권, 현대아산, 현대로지엠 지분을 현대건설이 매입한다고 가정하면 현대건설의 현금 유출액은 9625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선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M&A 전이 실사과정에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며 '진행형'에 무게를 두고 있다.

베스트 클릭

  1. 1 '외동딸 또래' 금나나와 결혼한 30살 연상 재벌은?
  2. 2 '눈물의 여왕' 김지원 첫 팬미팅, 400명 규모?…"주제 파악 좀"
  3. 3 의정부 하수관서 발견된 '알몸 시신'…응급실서 실종된 남성이었다
  4. 4 [더차트] "자식한테 손 벌릴 순 없지"…50대, 노후 위해 '이 자격증' 딴다
  5. 5 BTS 키운 방시혁, 결국 '게임'에 손 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