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이 변심한 이유는

더벨 김민열 기자, 황은재 기자 | 2010.11.17 11:05

대주주 이탈·우리금융 인수비용 '부담'...실리·명분 앞서는 외환銀 인수로 선회

더벨|이 기사는 11월16일(15:53)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우리금융지주 인수에 나섰던 하나금융지주가 돌연 목표물을 외환은행으로 바꾼 까닭은 무엇일까.

시장 관계자들은 하나금융 대주주인 테마섹의 이탈에 따른 충격과 다른 대주주(골드만삭스)의 이탈 가능성 등 우리금융 인수에 따른 현실적인 장벽을 넘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하나금융지주의 인수대상 1순위는 우리금융지주였다. 하나금융은 지난 2년여동안 우리금융 인수를 위한 전략에 골몰해왔다. 그 결과 예금보험공사가 보유중인 우리금융 지분 30%를 인수한 뒤 합병을 골자로 인수 전략을 짜왔다. 30% 가운데 하나금융이 법상 인수할 수 있는 한도는 5%. 이 때문에 지분 25%는 재무적투자자(FI)들의 손을 빌리고 나머지 지분 26.97%는 합병을 통해 거둬들인다는 큰 틀을 그렸다.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이 분리매각될 경우4조원 내외 인수가 가능해 규모면에서는 외환은행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문제는 4조원이 우리금융 인수에 필요한 최소 비용이라는 점이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을 감안할 경우 이 비용이 불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난 2008년 국민은행이 KB금융지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국민은행과 KB지주는 주식매수청구권에 대응하는데만 3조4000억원에 달하는 돈을 지출했다.

하나금융이 우리금융을 인수할 수 있는 방안이 합병 외에는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KB금융과 같은 상황이 재연될 소지가 다분하다. KB금융이 금융위기 등에 따른 일시적으로 주가 조정을 받았다면 하나금융은 대주주의 이탈로 시작되는 주가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지난달 1대주주였던 테마섹이 지분을 전량 매각한 이후 하나금융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테마섹이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이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하나금융이 우리금융 인수를 앞둔 중요 시기에 든든한 대주주의 이탈이라는 일격을 당했다고 평가하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특히 시장 안팎에서는 현재 1대 주주인 골드만삭스(지분8.7%)의 연쇄 이탈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05년 10월 하나은행이 지주사로 전환하는 시점에 은행에서 돈을 빌려 주당 2만9862원에 지분을 매입한 골드만삭스가 엑시트(Exit)를 고려해야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가 이탈할 경우 대주주들의 연쇄 이탈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주가는 하락하고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능성은 점증하는 악순환 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현재 하나금융의 주가는 3만3000원 수준. PBR이 0.67인데 비해 합병대상인 우리금융은 0.82에 달한다. 만약 주가가 더 떨어질 경우 하나금융 주주들은 더 밑지는 장사를 하게 된다.

우리금융 합병에 따른 시너지도 고민되는 대목이었다. 과거 신한은행이 조흥은행을 인수하면서 조흥은행의 생산 및 효율성 지표는 신한을 따라갔지만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역 방향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결국 하나금융이 우리금융 인수하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자사주를 매입하며 주가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인수대금 마련을 위해 FI를 유치해야 하는 과제를 모두 해결해야 되는 셈이다. 특히 수조원이 들어갈 지 수천억원에서 그칠지 모르는 불확실성과 싸우는 과정에서 자칫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사주 매입을 위한 자금 조달 규모 증가는 금융회사의 기본인 자본 적정성 악화로도 연결된다. 25%의 자사주를 매입할 경우 하나금융의 티어(Tier)-1 자본비율과 BIS 자기자본비율이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기준인 7%와 10% 수준까지 떨어진다. 우리금융 인수가 득보다는 실이 될 가능성을 염두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하나금융의 현실이다.

이 같은 정황을 고려할 때 하나금융지주가 우리금융지주에서 외환은행으로 목표물을 바꾼 것은 불확실성이 한층 낮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김승유 회장이 갑작스레 외환은행을 지목한 것은 아니다. 과거 국민은행과의 비딩에서 패한 이후에도 하나금융측은 외환은행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항상 가져왔다. 문제는 인수가격이었다. 자칫 인수전 초반부터 경쟁에 뛰어들 경우 론스타의 기대가격만 높여줄 뿐, 별다른 내실을 거둘 수 없어서다. 하지만 론스타와 ANZ간 협상이 수개월동안 지지부진한 틈을 타 김승유 회장이 론스타와 직접 담판을 지었다는 후문이다.

은행 대형화 측면에서도 외환은행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6월말 현재 외환은행 자산은 116조, 하나은행과 합칠 경우 242조원으로 신한은행(203조원)과 우리은행(225조원)을 밀어내고 국민은행(262조원)에 이어 2위로 올라선다. 우리금융 인수 이후 증권사 등 중복되는 자회사를 대거 정리하지 않아도 되는 실무적 이점도 있다.

김 회장과 현 정부의 관계 등을 감안했을 때 우리금융 보다는 외환은행이 명분론에서 앞서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 인수에 따른 특혜시비에서 벗어나 (외국계에빼앗긴 외환은행을)국내 플레이어가 인수해야 된다는 명분을 얻을 수 있어 국내 금융당국의 승인도 과거보다 한결 수월할 수 있다. 김 회장은 "국내 외환(FX)시장의 40%를 점유할 정도로 경쟁력이 있는 외환은행을 외국 금융기관이 가져가는 게 맞는지는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한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이제 관건은 론스타를 상대로 가격협상을 얼마나 유리하게 이끌고 나가느냐에 달려있다. 김승유 회장은 외환은행 인수 여부를 우리금융지주 예비입찰 제안서 마감일인 26일까지 최종 의사 결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자칫 우리금융이 아닌 외환은행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론스타와의 가격 협상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할 수 있어서다. 김 회장이 외환은행과 우리금융 인수 가능성 등을 더 따져보겠다는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딜 단계에서 나올 수 있는 발언 이상의 의미를 갖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 회장과 하나금융은 이미 길 건너편의 외환은행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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