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4000억 차이로 현대그룹 품안에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 2010.11.16 14:07

채권단 1주당 14만여원 매각, 평균 매입가 2만원… '승자의 저주' 피할지 관심

현대건설 인수전의 승패는 결국 가격이 갈랐다.

16일 외환은행과 정책금융공사, 우리은행 등이 포함된 현대건설 주주협의회는 공동 지분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그룹 컨소시엄을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현대그룹 컨소시엄은 5조5000억원의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경쟁자인 현대차컨소시엄을 따돌렸다.

시장에서 예측했던 인수 가격은 3조5000억~4조원 사이. 이 정도 선에서 가격을 써낼 것이라는 게 채권단 안팎의 관측이었다.

◇현대그룹, 비가격 열세 불구 가격으로 제쳐=뚜껑이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현대그룹 측이 자금조달 등 측면에서 다소 열세일 것으로 점쳐졌다. 본 입찰 마감을 나흘 앞두고 정책금융공사가 가격 외 비가격 요소도 중시할 것이라고 밝히며 상황은 현대그룹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듯했다. M+W그룹이 현대그룹 컨소시엄 참여의사를 철회하며 짐을 더한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현대그룹이 5조원을 제시할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비가격 요소 부문이 불리한 만큼 가격을 최대한 높여 우위를 점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뚜껑을 열어본 가격은 현대차가 5조1000억원, 현대그룹이 5조5000억원을 각각 써냈다. 이를 두고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5조원' 소문을 감안해 이보다 높은 가격을 썼고, 현대그룹 역시 이런 소문을 염두에 둔 현대차그룹이 5조원 초반을 적어낼 것을 예상해 5조원을 크게 웃도는 가격을 제시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승자의 저주 피할까=현대그룹은 결국 비가격 요소 부문에서 점수를 덜 받았지만 가격 부문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해 성공했다는 얘기다. 다만 승자의 저주는 걱정되는 부분이다.

2006년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 과도한 차입으로 워크아웃에 돌입한 게 한 예. 당시 금호그룹은 재무적 투자자에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고 인수금액의 절반을 조달했다가 낭패를 봤다.


금융권은 현대그룹이 그룹 계열사 현금성 자산으로 1조5000억원 상당을 보유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자금을 끌어온다 해도 상당부분은 외부 차입해야 할 것이란 얘기다. 현대그룹이 얼마나 합리적인 조건으로 순조롭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속전속결 채권단=이번 인수전은 사회적 관심이 큰 만큼 채권단의 행보도 분주했다. 채권단은 인수자 선정에 '속전속결'로 대응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특혜시비, 루머 등이 꼬리를 물며 오해가 퍼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보안을 이유로 본입찰 서류 제출 장소를 변경, 당일 오전 통보하는 등 007작전을 방불케 했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도 하루가 채 걸리지 않았다.

채권단은 16일 오전 8시30분 채권단 운영위원회에서 현대그룹으로 선정결과의 윤곽이 드러나자 오후 1시30분이었던 공식 브리핑을 오전 11시로 급작스레 당겼다. 금융당국 등 윗선에 보고가 들어가는 과정에서 말이 퍼질 것을 염려했다는 설명.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브리핑 역시 5분도 안 돼 끝났다. 양측의 제시 가격이나 선정기준 등을 밝히지 않았고 질문도 일절 받지 않아 눈총을 샀다.

브리핑에는 김효상 여신관리본부장과 이동춘 정책금융공사 이사, 정하영 우리은행 단장 등이 참석했다. 일각의 특혜시비를 의식한 듯 김 본부장이 "특별히 공정하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마련된 평가기준에 따라 수십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평가단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심도 있게 평가한 결과"라고 강조한 것이 전부. 배석자들은 별다른 말없이 발표장을 빠져나갔다.

◇채권단 주당 14.1만원에 매각 '방긋'= 한편, 비가격 요소 등을 운운한 채권단은 결과적으로 주당 약 14만1465원이라는 높은 가격에 현대건설 지분을 팔 수 있게 됐다. 채권단 소속 9개 주주기관의 최초 투자금액은 약 2조9000억원. 취득원가는 1만원대 중반부터 3만원대 후반 선으로 평균 2만원대로 추정된다.

이번에 채권단이 매각하는 현대건설 지분은 외환은행 8.72%(971만5000주), 정책공사 7.84%(873만9000주), 우리은행 7.46%(831만주), 국민은행 3.56%(396만6000주) 등. 우리은행과 외환은행이 1조원대, 정책공사도 1조원 안팎의 차익을 낼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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