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외환銀-우리금융 M&A 병행추진 왜?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 2010.11.16 10:40

외환銀 협상결렬시 우리금융 입찰참여… M&A통한 덩치키우기 절박

하나금융지주가 국내 금융권 대형 매물인 우리금융지주와 외환은행 인수합병(M&A)을 병행 추진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와 합병이나 외환은행 인수 중 하나를 선택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선 하나금융이 어느 쪽을 M&A하더라도 국내 은행업계에 유례없는 대규모 지각 변동이 일 것으로 보고 있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16일 외환은행 인수 추진과 관련해 "(외환은행) 인수를 검토해 왔고 현재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26일까지 최종 의사결정을 하겠다"며 "우리금융지주와 외환은행 중 양자택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밝힌 26일은 정부의 우리금융 지분 매각을 위한 인수의향서 접수 시한이다. 그 때까지 외환은행 인수 여부를 결정하고 협상이 결렬될 경우 우리금융 입찰에 참여하겠다는 뜻이다.

금융권에선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추진을 뜻밖의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외환은행 최대주주인 론스타가 호주 ANZ은행과의 지분 매매 협상을 진행해 최근 타결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관측돼 왔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지주도 그간 우리금융과의 합병 의지는 직간접적으로 드러내 왔으나 외환은행 인수 추진에 대해선 함구해 왔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론스타와의 협상을 김승유 회장이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물밑에서 M&A 협상을 진행해 온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한 고위 관계자도 "하나금융은 일찍부터 외환은행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며 "론스타가 ANZ측과 가격협상이 지지부진하자 하나금융 쪽과 협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하나금융이 이처럼 우리금융과 외환은행 M&A를 병행 추진하는 건 독자 성장만으론 생존이 어렵다는 절박감이 깔려 있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하나금융은 현재 자산규모 200조원(올 3분기말 기준)으로 우리금융(332조원) KB금융지주(329조원) 신한금융지주(310조원)에 훨씬 못 미친다. M&A 없이는 금융권 선두 그룹에서 완전히 이탈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한 금융지주사 고위 관계자는 "하나금융은 자체 자산 성장으로 경쟁 금융지주 회사들을 따라잡을 수 없는 규모에 머무르고 있다"며 "'규모의 경제'를 위해서라도 M&A를 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상당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이 우리금융과 합병하면 자산규모 530조원대의 글로벌 금융회사로 탈바꿈하고, 외환은행 인수시에도 자산 316조원대로 국내 선두 금융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금융권에선 아울러 하나금융이 우리금융 합병 실패에 대비해 적극적으로 외환은행 인수를 물밑에서 추진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나금융이 우리금융과 합병하기엔 여러 법적, 정치적 시비가 많아 외환은행 인수 쪽으로 급선회했다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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