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는 패션제국의 피터팬, '칼 라거펠트'

머니투데이 패션플러스 제공 | 2010.11.19 14:40

-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모아 앨범을 발매한 디자이너
- 자신의 삶은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주인공이었던 디자이너
- 일흔이 넘는 나이에 '디올옴므'의 스키니한 옷을 입기 위해 47kg라는 몸무게를 감량한 디자이너
- 샤넬, 끌로에, 펜디, 그리고 본인의 브랜드까지 4개의 브랜드를 동시에 진행했던 디자이너.
- 선글라스에 흰 머리를 질끈 동여맨 스타일을 고수하는 77살의 디자이너

위대한 칼, 황제 칼, 패션계의 살아있는 전설, 샤넬의 희망 이란 호칭을 갖고 있는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 그는 펜티, 클로에 등의 주요브랜드를 거쳐 현재는 샤넬의 수석디자이너로 있다. 보통 한 시즌에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와 메인브랜드를 합해 한 두 개 정도 다루는 것이 보통인데 칼은 무려 4개 브랜드를 동시에 다룬 기록도 갖고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더욱 놀라운 건 어떤 브랜드 하나 콘셉트가 중복되는 것이 없다는데 있다.

사람인 이상 창의성에 한계가 있을 법도 하지만 그는 끊임없는 열정과 넘치는 아이디어로 각기 다른 디자이너가 작업을 했다고 해도 믿을 만큼 완벽한 결과물을 내놓기를 반복해왔다. 사실 그의 이런 아이디어의 원천은 패션뿐만이 아닌 다양한 분야에 전문가 수준에 관심을 갖고 있기에 가능했으리라 본다. 집에 소장한 책만 23만 권이며, 샤넬의 광고와 화보를 직접 촬영할 정도의 뛰어난 실력, 현재 6개 국가 언어를 사용 할 줄 아는 점들이 그것을 대변한다.


이런 칼은 1938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태어난 독일 태생이다. 14살 때 파리로 이주, 피에르발망 스튜디오에서 지금의 그를 있게 한 기초를 다지게 된다. 16살 때는 국제양모사무국이 주최하는 여성용코트부문 1위를 수상하면서 오뜨쿠튀르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이후 몇몇 브랜드에서 프리랜서 디자이너 생활을 한 후 65년 바게트 백으로 유명한 펜디 책임디자이너로 패션계에 그 성대한 시작을 알린다. 펜디로 영입된 그는 가죽과 모피로 시작한 펜디의 잊혀졌던 영역을 활성화 시키며 브랜드 정체성을 재각인 시킨다. 70년도부터 97년까지는 클로에 수석디자이너도 맡게 되며 75년도에는 자신의 이름을 건 향수회사까지 설립하게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바로 83년 샤넬의 아트디렉터로 참여하게 되면서다. 샤넬은 창립자 가브리엘 샤넬이 88살이 되던 71년 세상을 떠나면서 선장 없는 난파선처럼 12년간을 풍랑 속에서 표류하게 되면서 암흑기를 맞게 된다. 그러다 칼이 샤넬호의 새로운 선장으로 영입되게 되면서 화려한 부활을 예고하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아트디렉터로 참여한 이후 "샤넬이 무덤에서 일어났다"라는 언론의 찬사를 받으며 이듬해에는 수석 디자이너까지 꿰찬다. 그는 패션계의 ‘마이다스 손’ 답게 도도한 성격은 여전하지만 이전과 같은 매력을 잃어가는 샤넬을 새로운 모습으로 변주해 낸 것이다.



샤넬의 핵심아이덴티티는 유지한 채 전통이란 고루한 낱말은 사전으로만 남아 버리게 만든다. 그렇게 현대적 감각의 이지적임과 섹시한 여성스러움을 추구하면서 샤넬이 갖고 있는 클래식함을 미래지향적으로 풀어내는데 탁월한 솜씨를 발휘한 것이다. 기존에 있는 것에서 영감을 받은 뒤 그것을 깡그리 잊고 자신만의 ‘낯설기 하기’를 멋스럽게 보여준 것이다.

그가 손대기 전 정체되었던 브랜드가 이후 성공적인 리포지셔닝을 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는 건 괜한 우연이 아니다. 바로 이런 명료한 재해석의 통찰이 바탕 되었던 것이다.

칼은 한 인터뷰에서 평판이 훌륭한 브랜드를 연달아 맡을 수 있는 이유에 대해 묻자 이런 답을 한다. 자신은 어떤 브랜드를 만났을 때 자아를 고집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샤넬에서 일 할 때는 샤넬이, 팬디에서 일할 때는 팬디 그 자체가 되는 것뿐이라고 말이다.


디자이너의 자존심을 내세우는 건 쉽다. 하지만 자존심은 잠시 접고 브랜드 안에 자신을 투영시키고 몸을 맡기는 노력은 쉬운 것이 아니다. 더욱이 칼과 같은 자타가 공인하는 콧대 높은 디자이너의 경우 더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한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팔십을 앞둔 노장디자이너는 아직도 성이 다 차지 않은 것 같다. 04년 스웨덴의 패스트 패션브랜드H&M과 콜라보레이션, 몇해 전에는 ‘자하 하디드’라는 건축과와 움직이는 박물관 모바일 아트 등을 선보였으며 최근에는 코카콜라병 디자인까지 그가 영혼이 닿을 수 있는 건 가리지 않고 참여하고 있다.


그렇게 엄청난 족적으로 남겼으면서도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듯싶다. 물론 그렇기에 샤넬이란 콧대 높은 브랜드에서 아직도 대체 불가능한 ‘스페셜원’ 으로 남아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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