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4개월 어음 할인율 12%..그래도 싸다고?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 2010.11.14 14:21

[명동풍향계]"건설사 협력사에겐 그것도 싼거야"

건설사들이 대부분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면, 건설사의 하청업체들은 병원에 가보지도 못하고 죽을 지경이다.

그나마 일부 건설사들은 하청업체에 어음을 발행해서 필요한 자재들을 납품 받고 있다. 하지만 현금이 필요한 하청업체들은 어음을 받아도 당장 현금화시킬 곳이 없는 데다 워크아웃 중인 건설사의 전자채권을 받은 하청업체는 건설사의 미결제로 인해 은행으로부터 빚 상환 독촉을 받고 있거나 부도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이다.

이익에 민감한 명동시장은 '건설'이라는 말만 들어도 관심이 없다는 태도다. 호시절에는 어음할인 등으로 명동시장 자금의 30~40% 정도가 건설사에 흘러 들어갔지만 지금은 건설사와 함께 문을 닫는 업자들이 나오면서 호황인 주식시장에나 관심을 갖는 정도다.

명동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지방 건설사의 하청업체는 지역 어음할인업체보다 좋은 조건으로 할인을 받으려고 명동을 기웃거려 봐도 별 소득이 없다.

명동 업계 관계자 A씨에 따르면 400위권에 드는 인천지역 B건설사에 건설자재를 납품하고 있는 C사는 최근 A사로부터 5000만원짜리 4개월 만기 어음을 받고 명동시장의 중개업체들을 찾아다녔다.

인천 어음할인업체에서 C사에 내민 조건은 월3%, 4개월 만기이므로 12%의 할인을 제시했다. 이는 5000만원의 12%인 600만원을 공제하고 4400만원을 주겠다는 것.


12% 할인은 너무하다는 생각에 C사는 금융기관을 찾았지만 당연하다는 듯 거절을 당했다. 이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명동시장까지 왔지만 C사가 명동시장에서 들은 답변은 “그것(12%)도 싼거야, 그냥 거기서 해요.”

명동 업자들은 그래도 지역에서 어음할인을 받을 수 있는 C사가 행복한 편이라고 말한다. 명동에서 가장 꺼리는 업체는 워크아웃에 들어간 건설사에서 전자채권을 받는 업체들.

워크아웃중인 D사 하청업체들의 어려움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이들은 D사에서 6개월짜리 전자채권을 받아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는데 만기가 넘어도 D사에서 결제가 되지 않자 은행들은 이를 연체로 분류하고 하청업체들에게 상환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업은행이 지난달 D사에 250억원 상당의 2차 자금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 지원은 아직도 되지 않고 있어 하청업체들의 위기는 더욱 커지고 있다고 A씨는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원을 결정했으면 빨리 지원해서 기업을 정상화시켜야 협력사들의 도미노 부도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워크아웃 기업의 채권단이나 자금 관리단의 책임 있는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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