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의료계와 건보공단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이날 오후 성모병원이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임의비급여 진료비 환수 및 과징금 169억원 처분 취소 항소심'에서 성모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성모병원이 승소한 것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06년 12월 백혈병 환우회가 이 병원의 혈액암 치료비가 다른 병원에 비해 1000만원 이상 비싸다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진료비 내역을 심사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임의비급여'는 건강보험에 적용되는 '급여' 항목도,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도 아닌 의료행위를 실시한 뒤 건보공단에 알리지 않은 채 임의로 환자에게 청구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기준에 벗어난 의료행위일 경우 정해진 절차에 따라 허가받은 후 급여 또는 비급여 처리하라는 방침이지만, 병원들은 사안의 급박성 등을 감안해 의료진의 재량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원이 성모병원의 손을 들어준 이유는 의료인의 재량권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꼭 필요한 의료행위라면 법에서 정하는 기준을 일정부분 초과했더라도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봤다. 특히 진료 당시 필요성을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사전동의를 받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고법은 판결문을 통해 "수진자의 동의 아래 요양급여기준을 넘는 비용이나 보수를 추가로 받는 경우까지 금지하면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의료인 전문적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공단으로부터 치료비용을 보존받을 수 있는 사전절차가 없었던 만큼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건강보험에서 미처 정해놓지 못한 신약이나 신의료기술은 병원 내 윤리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한 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사후승인을 받으면 합법적으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에서 절차상 번거로움 등을 이유로 환자에게 책임을 떠넘긴 셈인 만큼 인정해줘선 안된다는 게 복지부의 입장이다.
허가범위를 초과했을 경우에도 심평원에 상황을 설명하면 급여로 인정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는데 삭감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환자에게 비용을 부담시킨 것은 문제라는 주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학적 타당성만 인정된다면 현행 법규 내에서도 합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충분히 있는데 무조건 환자에게 부담시킨 것은 분명 문제"라며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후 대법원 상고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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