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독립 45년만에 말레이시아 GDP 추월

머니투데이 김경원 기자 | 2010.11.11 14:31

올해 GDP 예상치 2100억달러...말레이시아보다 50억달러 높아

45년 전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가 흘렸던 '고통의 눈물'이 '감격의 눈물'로 바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11일 싱가포르가 올해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서 최초로 말레이시아를 앞지를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는 싱가포르가 말레이시아에서 쫓겨나다시피 떨어져 나온 지 45년만의 '쾌거'다. 1965년 독립 하루 전 리콴유 전 총리는 "나는 전 생애에 걸쳐 두 영토가 하나되길 바랬다"며 "내게는 고통의 순간"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의 '소룡'인 말레이시아는 올해 괄목할 성장세를 보였다. GDP가 지난해 대비 7% 성장한 205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싱가포르의 성장세는 이를 훨씬 웃돌았다. 올해 GDP가 전년 대비 15% 증가한 210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약 50억달러차로 말레이시아를 따돌릴 것이라는 추산이다.

↑ 7월 싱가포르에 개장한 대형 카지노 '젠팅싱가포르'.

싱가포르가 올해 특히 성장률이 도드라진 것은 카지노 사업 등 관광분야의 수입이 크게 늘은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7월 싱가포르는 라스베이거스 샌즈, 젠팅싱가포르 등 두 개의 대형 카지노를 개장하면서 최초로 월간 관광객 수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9월 세계적인 자동차 경주대회 F1를 개최한 것도 관광객 증가에 한몫 했다.

양국의 올해 GDP 확정치는 내년 2월 발표된다.

◇싱가포르, 수출 중심 구조로 급성장= 사실상 말레이연방으로부터 추방당한 싱가포르는 뉴욕보다 작은 면적의 진흙탕 땅덩어리가 전부였다. 천연자원 하나 없고 항구는 허울뿐 개발이 안돼 물동량도 소화할 수없는 지경이었다.

맨땅에서 싱가포르인들은 지난 45년간 189배 성장하는 놀라운 기적을 연출했다. 당시 512달러에 불과했던 1인당 GDP는 지난해 3만6537달러로 늘어났다.

싱가포르가 면적상 478배나 되는 말레이시아를 경제적으로 압도할 수 있게 된 것은 수출 중심적인 산업화로 활발한 해외 투자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리혹관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소(ISAS) 선임 펠로우는 "싱가포르는 수출 중심의 산업화에 성공해 해외 제조업의 기반이 됐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는 1960년대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등을 위한 저가 생산기지로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현재 세계 4대 외환센터로 떠올랐다. 싱가포르에서 운용되는 자산의 규모는 9320억달러(1조2000억 싱가포르달러)에 달한다.

싱가포르는 강한 성장세를 기반으로 대규모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생물의학 분야에 주목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화이자, 노바티스 등 세계적인 제약업체들과 함께 생물의학 분야 연구에 5억 싱가포르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키노시타 토모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싱가포르는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계속해서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만 한다"며 "아시아의 개발도상국들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싱가포르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밀릴 수 없다' 투자 박차= 자존심 상한 말레이시아도 경제발전과 변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나지프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10년간 5배 이상 성장한 1990년대로 돌아가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그는 앞서 2020년까지 국민총소득(GNI)을 3배로 늘리고, 330 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 9월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경제 개혁 프로그램을 공개하기도 했다. 향후 10년간 민간 기업, 정부 산하 기업과 연계해 철도, 원자력 등 다양한 분야에 총 444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마하티르 전 말레이시아 총리는 "싱가포르가 말레이시아를 앞지를 수 있는 이유는 오직 경제 성장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라며 "싱가포르는 공정한 부의 분배 같은 사회정책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토마스 람 OSK-DMG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말레이시아는 100미터경기에서 마라톤 을 하고 있는 셈"이라며 "초기 스퍼트가 계속해서 이어지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

이어 "말레이시아는 마라톤 같은 발전을 통해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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