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G20가 뭐길래?"

머니투데이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컨설턴트 | 2010.11.11 12:10

[CEO에세이]호들갑과 오버 대신 진정한 국격 높여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바로 오늘부터다. 한국인으로서는 너무나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910년 나라를 잃은 지 꼭 100년 만이다. 그후 8·15, 6·25, 4·19, 5·16 군사쿠데타, 6월 항쟁, 월드컵을 거쳐 오늘의 영광을 얻었다.

한국이 의장국이 됐으니 더없이 기쁘고 흥분될 만하다. 한국이 의장국이 된 것이 강대국의 이해와 절충 속에서 이뤄졌다는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6돚·5전쟁을 겪은 최빈국에서 산업화와 민주화의 기적을 이뤄낸 4900만 한국인의 땀과 눈물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다. 이 점에서 한국인은 충분히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일이다.

그래서 온 나라가 정성으로 손님을 맞고 보내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손님을 맞는 정부당국의 자세와 행태에 지나친 오버와 거품과 호들갑이 속출하고 있다. 그러면 오히려 손님에게서든 한국인에게서든 조롱과 혐오를 모두 살까 걱정이다. 이러고서야 '국격'을 입에 달고 다니는 고위공직자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호들갑 떠는 손님맞이

돌이켜 보면 과거에 우스운 일이 많았다. 참 못살 때 일이다. 누추한 집에 귀한 손님이라도 올 양이면 어머니는 신경을 곤두세웠다. 청소도 하고 난리를 쳤다. 그런 가운데 꾸러기 자식들이 발자국이라도 낼 양이면 야단을 쳐댔다. 평소대로 하던 애들은 입을 씰룩거렸다. 누가 오는지 모르지만 마음 속으로는 손님을 저주(?)했다.

조금 먹고 살다보니 '척'하고 싶어졌다. 영어 한 줄 읽기 어렵고 필요치 않으면서도 거금을 들여 영문판 브리태니커전집 수십 권을 사서 거실에 진열(?)하는 졸부들이 많았다. 그걸 팔면서 한국인의 허세심리를 꿰뚫은 후 대기업을 일군 기업인도 있지 않은가.

바로 얼마전 완공된 지 얼마 안된 광화문 현판에 균열이 생겼다고 한동안 떠들썩했다. 책임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신문에 난 칼럼에서 한 전문가의 발언을 소개한 내용이다.

"전통방식에 따르면 도편수와 단청수가 건축물이 충분히 자리잡았으며 목재가 완전히 건조됐다고 판단을 내려야 단청작업을 진행한다. 8월 중순까지 마무리하라는 정부의 지시를 따르려면 일부 작업을 동시에 해야만 했다."(하워드 리드 '광화문의 부활, 잃어버린 빛을 찾다'.)


◇쓰레기도 버리지 마라(?)

각자장(刻字匠)의 횡설수설하는 기자회견도 있었고 또 도편수가 "자비를 들여 현판을 다시 만들겠다"는 보도도 있었다. 지시한 당국은 말이 없고 엉뚱한 실무자들만 골탕을 먹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일이 기업에서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니 항상 거짓과 부패가 창궐한다. 또 유머경영은 겉치레인 경우가 많다.

어떤 자치구의 '세계가 보고 있다'는 문구와 함께 'G20기간 중 음식물 쓰레기 배출을 자제해달라'는 공지도 코미디감이다. 각 구청이 대중교통 차량의 청결을 일제히 점검하고 있다. 한 택시기사의 불만이다. "G20기간에 차량통제를 한다고 해서 어차피 그 근처에 얼씬도 안할 텐데 왜 이렇게 극성을 떠는지 모르겠다. 도대체 G20이 뭐기에 그러는 것이냐?"

외신인 블룸버그통신은 "서울시청 공무원들은 이번주부터 일은 하지 않고 거리청소를 하고 있다. 일곱살짜리 어린이들이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외양이 이러하니 회의내용을 이끌어갈 한국 정부는 어떨까 궁금하다.

G20을 계기로 새로이 분발해서 부패인식지수 39위, 행복지수 100위권의 초라한 '국격'이나 거국적으로 올리도록 노력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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