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스마트그리드, 앞으로의 과제는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 2010.11.09 17:15
세계 최대 규모의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가 9일 모습을 드러냈다. 국가와 기업이 '스마트그리드 시현'이라는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단기간 내 만들어 낸 하나의 '야심작'이자, G20정상회의를 앞두고 한국의 미래상을 알리기 위한 '홍보 아이콘'이다.

'스마트그리드 주간' 개막에 앞서 지난 2일 제주 실증단지 현장을 찾았다. 제주 특유의 강한 바람은 바닷가 옆 늘어선 풍력발전기를 빠르게 돌리고 있었고, 곳곳의 태양광패널은 탐라의 햇볕에 반짝이고 있었다.

스마트그리드의 실제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실증단지 내 가정을 찾았다. 한 달에 5만 원 가량 나오던 전기료가 기본요금인 1000원으로 떨어졌다는 집 주인의 설명에 기자들은 충격을 받았다. 몇 번을 다시 확인해도 분명 청구서에는 기본요금 1000원과 세금 100원 만이 적혀 있을 뿐이었다. 평생 전기를 사실상 '무료'로 사용하며 살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이다.

옥상에는 14장의 패널로 구성된 태양광 패널이 매일 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여기서 생산된 전기가 한전으로 보내진다. 스마트그리드 가정의 전력량계가 거꾸로 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초기비용'이다. 이 태양광 패널의 단가는 현재 1000만 원~1500만 원에 달한다. 매월 5만 원씩 전기료를 절감한다고 가정할 경우, 최소 16년6개월은 지나야 본전을 뽑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정부 보조 없이 일반가구에서 태양광발전을 생각하기 어려운 이유다.


스마트그리드는 이제 가까운 미래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지만, 국민생활로의 '보급'은 앞으로 남겨진 큰 과제다. 물론 스마트그리드 사업자들이 느끼는 고충도 있다. 정부가 보조금을 통해 시범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수혜를 받는 국민들이 이를 '공짜'로 여기고 일체의 비용부담을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박영준 지식경제부 차관은 이날 '스마트그리드 주간' 개막식에서 "스마트그리드가 과거 인터넷을 뛰어넘는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는 지난 2000년대 초반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망을 전국에 깔았고 인터넷 인프라를 토대로 IT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이제 스마트그리드 보급을 위해 보다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 정부의 단순한 보조금 지급이 아닌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보급방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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