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성토장 된 국회 행안위…예산국회 곳곳서 파행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 2010.11.08 16:03

(상보)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하기 위해 8일 열린 국회 상임위원회별 전체회의가 검찰의 청원경찰 친목협의회(청목회) 입법로비 의혹과 관련한 국회의원 압수수색 여파로 곳곳에서 파행을 겪었다.

특히 지난해 말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청원경찰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내용을 담은 청원경찰법 개정안을 입안해 통과시킨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위원장 안경률 한나라당 의원)는 검찰에 대한 의원들의 성토가 이어진 끝에 회의 1시간여만에 산회됐다.

행안위에는 지난 5일 사무실을 압수수색 당한 의원 가운데 한나라당 신지호·유정현·이인기, 민주당 최규식 의원 등이 소속돼 있다.

신지호 의원은 "이번 사태는 오만한 검찰 권력의 국회 유린 행위"라며 "검찰이 피의사실을 자의적으로 공표해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시키고 인격살인에 가까운 만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어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에서 압수수색 때 의원들의 책상은 건드리지 않고 회계 기록과 관련된 것만 가져갔다고 했는데 이는 거짓말"이라며 "나의 경우 책상 서랍을 이번 사건과 아무런 연관 없는 것까지 통째로 들고 갔다"고 밝혔다.

또 유정현 의원은 "피의사실을 언론에 하나하나 흘리며 11명 의원 모두를 범법자 취급하는 검찰의 행태에 대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분은 299명 어떤 국회의원도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라며 "국회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국회의원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인기 의원도 "나는 지난해 12월 법안이 통과될 때 기후변화특위 위원장으로서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회의에 참석해 법안 진행 과정을 몰랐다"며 "(압수수색으로) 잃어버린 명예를 어떻게 찾겠나"라고 성토했다.

최규식 민주당 의원은 "검찰이 이런 식으로 국회의원의 입법권을 침해하고 제약한다면 국회의 존립 근거가 무엇인가"라며 "정말 안타깝다 못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이어 "30년, 40년 근무해도 순경에 준해서 봉급을 받고, 열악한 환경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청원경찰들에 대해 뒤늦게나마 공감대를 이뤄 한 일이 이렇게 매도당하는 사태 보면서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밝혔다.

압수수색 대상이 아니었던 의원들도 검찰 비판에 가세했다.

김정권 한나라당 의원은 "검찰이 피의 사실을 흘리는 것에 대해서는 '빨대'(내부 정보 제공자)를 찾아 의법 조치해야 한다"며 "사무실까지 압수수색영장 발부해서 의원들 개개인 인격 침해하고 명예 훼손하는 것 참으로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백원우 민주당 의원은 "나의 발언으로 어떤 집단이 이득을 보고 그 분들이 나에게 적은 돈이라도 후원했다면 청목회 사건과 똑같이 검찰의 기소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이에 안경률 위원장은 "국회의원에 대해 이정도인데 일반 국민에 대한 검찰권 남용과 월권이 어느 정도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검찰권 제한에 대한 새로운 입법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행안위 차원에서 별도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의원들의 요구에 대해 "양당 간사, 양당 지도부와 합의해서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상임위에서도 본격적인 예산안 심의는 이뤄지지 못했다. 기획재정위원회와 지식경제위원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도 검찰의 압수수색과 관련한 발언만 이뤄진 끝에 정회가 선포됐다.

정무위원회는 야당 의원이 퇴장한 가운데 국무총리실 등 각 소관 기관의 예산안 및 기금운영계획안에 대한 제안 설명이 이뤄졌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김호중 콘서트 취소하려니 수수료 10만원…"양심있냐" 팬들 분노
  2. 2 이 순대 한접시에 1만원?…두번은 찾지 않을 여행지 '한국' [남기자의 체헐리즘]
  3. 3 [영상] 가슴에 손 '확' 성추행당하는 엄마…지켜본 딸은 울었다
  4. 4 11만1600원→44만6500원…미국 소녀도 개미도 '감동의 눈물'
  5. 5 '100억 자산가' 부모 죽이고 거짓 눈물…영화 공공의적 '그놈'[뉴스속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