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2.0] 불투명해진 '글로벌 불균형' 해소 방안

머니투데이 김용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 2010.11.08 10:21
11월11∼12일 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글로벌 환율전쟁’이 다시 불붙었다.

11월 3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제 2차 ‘양적완화’ 정책을 구체화했다. 달러화의 약세가 예견되고 이에 대해 각국 정부는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달러화 유입에 따른 자국통화 강세 움직임을 막겠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기대되었던 높은 수준의 ‘경상수지 목표제’ 합의를 도출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사실 지난 10월말 경주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 논의된 경상수지 목표제는 글로벌 불균형 해소를 위한 유력한 대안이었다. 무엇보다 중국이란 특정국가의 환율을 절상시켜 글로벌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종래의 방식에 비해 중국 정부가 수용하기 쉬운 방안이었기 때문이다.

무역 흑자국인 일본과 독일의 엔화ㆍ마르크화를 특정해서 절상시킨 1985년 당시 플라자 합의와 달리 중국이란 특정 국가를 거론하지 않고 각국이 자발적으로 글로벌 불균형을 줄이기 위해 나름대로의 정책을 취할 수 있도록 방법론을 위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도 경상수지 목표제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하지만 미국의 제2차 양적완화정책의 결과 글로벌 불균형 해소를 위한 국제 협력의 가능성은 다시 불투명해졌다.

글로벌 불균형이 국제협력을 통해 해결되기가 쉽지 않은 이유는 무엇보다 각 국가 정부가 구조조정에 따른 정치적 비용을 감내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또한 다른 경제 모델로 변화하는 것에 대한 지속적인 거부감이 내부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국제협력이 되지 않는 이유는 각국의 국내 사정에서 찾을 수 있다.

위안화 절상에 대해 중국이 완강하게 거부해왔던 이유도 국내 정치적 불안 가능성 때문이었다. 중국 상무성과 국무원 산하 국가발전개혁위(NDRC)는 수출이 중요하고 이것이 고용률 제고와 사회안정의 핵심요소라고 주장해왔다. 이들은 또한 아직까지는 소비가 아니라 투자가 중국 경제성장의 엔진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국이 2차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글로벌 환율전쟁의 불씨를 되살리고 서울 G20 정상회의의 전망을 어둡게 만든 것도 미국의 국내적 요인 때문이다. 미국은 2011년 중반까지 6000억 달러 어치의 미 국채를 신규로 매입함으로써 2% 대 이하의 저금리를 유지하려 한다. 주택대출을 받았던 미 국민들의 부담이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저금리로 기업의 투자를 유도해 미국 경제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국내 통화정책은 국제적 환율 변화를 초래한다. 저금리인 달러를 빌려 다른 나라의 국채와 주식 등을 매입하는 달러 캐리트레이드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고 그 결과 달러화의 가치 하락과 주요국 통화의 달러 대비 가치상승은 불가피하다.

1조7250억 달러에 달했던 미국의 1차 양적완화 정책의 결과 미 달러화의 가치는 6.5% 정도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과 버냉키 미 FRB 의장은 ‘미국 경제가 강해지는 게 세계경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최근의 양적완화정책을 옹호했지만 양적완화 정책의 목표는 세계경제가 아닌 미국경제임이 분명하다.

가이트너 장관은 지난 주말 일본 교토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경상수지목표제가 구체적 수치로 합의되기는 쉽지 않다고까지 말했다. 국제협력의 가능성을 높이기보다는 자국경제의 안정이나 국내 분배 정책의 목적을 위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자율성을 유지하는 것을 우선시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서울 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한국은 주요국의 국내 사정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높은 수준의 합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주요국의 국내적 제약요건에 부닥치지 않는 방식의 국제협력 방안을 내놓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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