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의 실패와 중국 게임의 역공

더벨 이상균 기자 | 2010.11.05 08:20

[thebell note]

더벨|이 기사는 11월04일(08:08)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최근 NHN이 중국 게임시장 철수를 발표했다. 지난 2004년 1180억원을 들여 사들인 합작법인 아워게임을 매각한 것이다. 정확한 매각금액은 밝히지 않았지만 수백억원의 손실이 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NHN은 미국과 일본 사업을 제외하고는 모든 해외 사업을 정리한 상태다.

NHN의 실패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 것은 사실상 국내 게임사의 중국 진출이 이제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 때문이다. 국내 게임매출 기준 4위 업체인 NHN은 중국 현지에 법인을 세워 직접 퍼블리싱 하는 전략을 택했다. 위험도가 높은 전략이긴 하지만 진출 초기에는 광활한 중국시장 정착을 위해서 이 정도 위험은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NHN은 처참히 실패했다. 주된 요인은 중국 정부의 자국 게임 우대 정책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중국에서 웹 결제가 가능한 인터넷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100% 중국 자본으로 출자된 법인이어야만 가능하다. 웹사이트 개설을 하더라도 ICP(Internet Content Provider) 허가증이 필요하다. 이 경우에도 중국 자본이 51% 이상인 합작법인에 한해 발급이 가능하다. 구글이 중국시장을 포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시장에서 한국 게임이 차지하는 위상도 예전 같지가 않다. iResearch에 따르면 2004년 중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온라인게임을 대상으로 개발국을 조사한 결과 한국산 게임이 49.4%, 중국산 게임이 44.5%였다. 하지만 2008년 12월에는 중국산 게임이 57.3%, 한국산 게임은 27.2%로 역전됐다.

오히려 중국 게임사들은 한국 게임사 투자 및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텐센트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수년간 1위를 지키던 샨다게임즈를 제치고 최근 선두자리를 차지했다. 올해 2분기 기준 시장점유율은 27.2%다. 크로스파이어와 던전앤파이터 등 한국게임 퍼블리싱으로 톡톡히 재미를 본 덕분이다.


텐센트는 국내 게임사에 간접투자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국내 벤처캐피탈인 캡스톤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조합에 수백억원을 출자한 후 이 조합이 국내 게임사에 투자를 하는 형태다. 이들 게임이 중국시장에 진출할 때 퍼블리싱을 맡아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반면 텐센트에 1위를 뺏긴 샨다게임즈는 아예 국내 게임사를 통째로 인수하고 있다. 텐센트의 전략을 벤치마킹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단계 업그레이드를 택한 셈이다. 지난 2004년 9165만달러에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한데 이어 지난 9월에는 9500만달러에 아이덴티티게임즈를 인수했다.

국내 게임사들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 중국 게임사가 괜찮다 싶은 국내 게임사 상당수를 가져가도 막을 방도가 없다. 인수 경쟁을 벌이자니 상대가 되지 않는다. 중국 게임사는 전세계 시장의 25%를 차지하는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막강한 자본력을 자랑한다. 아직 연간 매출도 잡히지 않은 아이덴티티를 샨다가 9500만달러에 인수한 것을 보고 국내 게임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 게임사의 국내 게임사 인수를 정부 차원에서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정부의 자국 게임 우대 정책을 이제는 우리가 따라해야 한다는 얘기다. 겨우 10년만에 한국과 중국의 입장이 역전된 셈이다. 주장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샌드위치 신세가 돼버린 국내 게임업계에 대한 안타까움이 스며드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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