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플러스]미국의 선택은 중요치 않다?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10.11.03 17:41
'악재보다 나쁜 것은 불확실성.'

시장의 오래된 격언입니다. 시장의 가장 큰 적이 불확실성이라고도 하지요. 악재가 나오면 무시하거나 대비책을 마련해 반등 타이밍을 잡기 마련인데 어디로 튈지 모르면 불안심리만 커진다는 얘기입니다.

미국의 중간선거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양적완화 대책 발표에 맞물린 증시가 딱 이렇습니다.

지난 8월말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RB) 의장이 시중에 달러를 공급하겠다는 추가 양적 완화 정책을 강하게 시사한 뒤 지난달말까지 시장은 확신에 차 있었습니다.

경기부양 기대감이 커지면서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두달만에 12% 가까이 뛰어올랐습니다. 국내 증시도 이런 영향을 받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1900선을 찍었습니다.

골드만삭스가 이번 추가 정책 규모가 2조 달러에 달할 것이란 예상치를 내놓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런 '확신' 덕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말 당초 전망치인 1~2조 달러에 못 미치는 5000억 달러 수준의 점진적 전략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월스트리트 보도가 나오면서 시장은 한순간에 안개에 휩싸였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FRB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유동성 공급 규모가 6개월간 5000억 달러라고 보도하면서 혼란은 더 커졌습니다.

1조~2조 달러 규모의 유동성 공급은 추가적인 달러가치 폭락과 환율전쟁 재점화를 불러올 수 있는 데다 언젠가 미국 경제를 수렁으로 빠뜨리는 악재로 돌아올 것이라는 비관론이 FRB 내부에서 먹혀들고 있다는 근거도 설득력 있게 해석됐습니다.


지난 1일 뉴욕타임스는 "헤드라인을 장식할 만한 숫자는 나올 것 같지 않다"는 내용의 스탠더드앤드차터드 은행의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세멘스의 발언을 보도했습니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장이 얼어붙은 것은 순식간이었습니다. 국내 증시도 외국인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줄곧 박스권 장세를 보였습니다. 3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지면서 그동안 풀린 돈이 현대차 등 실적 개선주에 몰린 게 그나마 지수 하락을 방어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건 시간이라고 했던가요. 이런 박스권 장세를 풀어낸 것은 결국 그동안 불확실성을 키웠던 두 가지 재료 중 하나, 미국 중간선거의 종료였습니다.

중간선거 결과가 공화당 승리로 굳어지면서 2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3일 국내 증시도 이런 훈풍에 1935.97로 연중 최고점을 고쳐 쓰며 강세를 보였습니다.

사실 중간선거 전까지만 해도 공화당의 승리가 호재인지 악재인지를 두고 시장의 분석은 엇갈렸습니다. 오바마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발목잡힐 것이란 비관론이 있는가 하면 공화당이 내건 부유층을 포함한 감세정책 공약이 힘을 받으면서 시장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적잖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중간선거 결과는 애초부터 그리 중요하지 않았던 셈입니다. 일단 불확실성만 사라지면 공존하는 악재와 호재 사이에서 시장은 나름의 논리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1940년 이후 치러진 17차례의 미국 중간선거 이후 S&P500지수(대형주 500개로 구성된 지수)가 하락한 경우가 이라크 전쟁을 앞뒀던 2002년 한번밖에 없다는 것도 이런 점을 반영합니다.

FOMC가 얼마만큼의 돈을 푸느냐는 문제도 이런 연장선에서 고민해봄 직합니다. FOMC의 선택에 상관없이 시장은 불확실성의 부담에서 한결 가벼워질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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