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에 맞선 동네 피자가게 주인들의 하소연

머니위크 이정흔 기자 | 2010.11.11 11:02

[머니위크]뜨거운 감자 '이마트 피자'

"저도 예전엔 이마트에 장보러 많이 다녔죠. 막상 내 일이 되고 보니 요즘엔 가슴이 턱턱 막혀요. 동네 옷가게며, 슈퍼마켓이며 주변에 사라져버린 가게 주인들의 마음은 어땠을까…이제야 이해가 되네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조그만 피자 가게. 올해로 14년째 이곳에서 영구스피자 성수점을 운영하는 위법량 사장(사진)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위 사장은 부부가 함께 피자 가게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인근에 위치한 이마트 성수점에서 피자를 판매하기 시작한 지 4개월째. 위 사장은 "그 사이 매출이 30~40% 정도 떨어졌다. 주말에는 50%까지 떨어지기도 한다"며 최근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래도 그가 믿는 것은 단골 고객이다. 위 사장은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슈퍼사이즈의 큰 피자를 우리는 예전부터 팔고 있었다"며 "덕분에 동네에 단골들이 많아서 지금까지 당장 문 닫을 정도로 흔들리진 않는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 하루가 다르게 매출이 떨어지는 게 눈으로 보이니 '지금 당장' 보다도 '앞으로'가 더욱 걱정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마트 피자의 저가공세를 어떻게 당해낼지 도저히 방법이 없다는 게 요즘 그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최근에는 가게 문을 닫을까 심각하게 고려해 보기도 했을 정도다. 그는 "그래도 워낙 오랫동안 장사한 곳이라 애착이 커서…쉽게 결정하지는 못하고 있다"며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텨보자는 심정인데, 얼마나 갈 수 있을지…"라고 말끝을 흐린다.

"안그래도 요즘 식품 원자재 가격이 올라 거의 마진 없이 장사하는 형편입니다. 우리 가게만 하더라도 당장 치즈 가격 때문에 조금 있다 피자 가격을 올려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마트에서 저렇게 저가로 피자를 내놓으니, 우리로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실제로 프랜차이즈업체인 영구스피자 본사에서 '피자가격 인상' 정책이 내려왔지만, 현재 성수점만 이마트 피자를 고려해 피자 가격 인상을 유보해 놓은 상태다. 한참 말이 없던 그가 어렵게 입을 연다.

"대기업이 큰 시장을 노려야지, 우리 같은 상인들 먹고 살 작은 시장까지 빼앗으려 드는 게 답답하죠. 결국은 우리가 그 사람들 소비자고 돈줄인데, 우리들 이렇게 다 죽여놓으면 어쩌자는건지…"


서울시 성동구 행당동 한양대학교 앞에 위치한 피자에땅. 이곳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피자에땅 한양대점의 김지선 사장은 "피자에땅은 1+1시스템 덕에 학생들한테 인기가 많다. 한양대학교 학생들이 있어서 지금 당장은 가게가 흔들릴 정도로 매출이 떨어지지는 않았다"며 "정확하게 데이터가 나와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는 건 확실히 느껴진다"고 상황을 전한다.

요즘 그의 가장 큰 걱정은 학생들의 겨울방학 시즌. 당장 겨울방학때 학생들이 나가 버리고 나면 매출이 눈에 보이게 떨어지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특히 상권이 넓은 마트의 특성상 한양대점만 하더라도 이마트 성수점과 왕십리점 두 곳 모두에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마트 같은 대형마트는 대부분 전철역 근처나 접근성이 좋은 곳에 있잖아요. 왔다갔다 하면서 손쉽게 들를 수 있으니까, 지금도 이마트에 들러서 피자를 사왔다는 얘기를 학생들한테 들으면 '이게 현실이구나' 싶죠."

그는 무엇보다도 피자업계가 미처 준비할 겨를도 없이 '이마트 피자 공습'을 맞이한 것에 당혹스러움을 표했다. 쉽게 말하자면 '지금 당장 죽겠다'기 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상황이 바뀔지 몰라 막막하다'는 게 더 정확한 그의 심정.

"지금도 힘든데 만약 이마트 피자가 배달이라도 하게 되면 그땐 어떡하나 싶죠. 이마트에서 실제 배달을 하긴 어렵겠지만, 대기업은 워낙 어떤 사업이든 진행하는 데 속도가 빠르잖아요."

당사자 입장에서 지금의 사태를 지켜보는 마음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는 김 사장. 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이마트피자가 이렇게 논란이 되는 것도 조심스러워요. 이마트의 노이즈마케팅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대자본을 거머쥔 대기업의 사업수완을 우리 같은 상인들이 당해낼 수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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