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사, 신용등급 '퍼주기'...버블 낫는다"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 2010.11.03 08:25

"안좋을때 등급 하향 않고 좋을때 상향만..투자시 주의"

최근 너무 빠르게 상향조정되고 있는 기업신용등급이 레이팅 인플레이션에 따른 중기적 크레딧 버블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기변동에 따라 적절히 기업 신용등급이 조절되지 못하고 상향으로만 치닫고 있어 문제라는 얘기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3일 "경기변동에 따른 등급 조정 사유가 발생해도 발행업체의 교섭력에 밀려 등급을 하향조정하지 못하고 상향시에는 공격적으로 적용하는 관례로 인해 레이팅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기 당시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기아차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지만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시장의 거센 압력에도 불구하고 기아차의 신용등급을 조정하지 않았다. 2009년과 2010년을 거치면서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기아차의 신용등급을 회복시켜 경기변동에 따른 레이팅 등급 변동의 전형을 따랐지만 국내 신용평가사는 위기 때 등급 유지, 회복때 등급을 상향 조정했다.

같은 기업에 대해서 글로벌 신용평가사는 금융위기를 맞아 등급을 하향조정한 이후 견조한 대응능력을 확인하고 나서 등급을 회복시켰고,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시장의 압박에도 등급을 하향조정하지 않다가 다시 실적이 개선되는 상황에서 등급을 한등급 상향 조정한 것이다.

이같은 현상으로 인해 등급 체계상 윗 부분에 있는 기업들의 등급도 순차적으로 상향 조정되는 '레이팅 대이동'이 발생하고 AAA라는 최상위 등급의 경우 이를 초월하는 등급이 없어 AAA의 차별성이 사라지게 된다고 신 연구원은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AAA로 등급 상향된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의 경우 같은 AAA인 시중은행과 이젠 신용등급 차원에서는 차별성을 보이기 어려워졌다며 새로운 등급체계로 AAAA (A표시 네개) 시스템이 도입되지 않는 한 신용등급에서 업체간 차별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특히 글로벌 등급과 국내 등급을 모두 보유한 국내 기업을 비교해 보면 국내 AAA 등급기업이 속한 범위가 글로벌로는 BBB+~A+까지 4개 등급에 걸쳐 있다고 지적했다.

신 연구원은 그룹 산하 취약 계열사에 대한 모기업의 지원 가능성을 높게 보는 안이한 판단도 레이팅 인플레이션에 일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1월 워크아웃을 신청한 대림그룹 계열 삼호나 올해 6월의 한일시멘트 계열 한일건설의 경우 워크아웃 신청 직전까지 신용평가사들은 신용등급이 높은 대주주의 지원 가능성으로 재무융통성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고 그는 지적했다.

신 연구원은 "현재로서는 그룹 모회사의 취약계열사 지원 가능성에 대한 신용평가사들의 판단이 대단히 발행자 친화적이라는 점에서 그룹 모회사의 지원 가능성에 기대고 있는 A- 이하 그룹 관련 취약 건설사들의 투자에 특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대규모 인수합병시 자금부담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길 꺼려하는 신용평가사들의 관행도 레이팅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있다며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했다. 신 연구원은 "향후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기업인수합병에 대해서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발행자 친화적인 레이팅이 계속될 수 있다"며 "대규모 인수합병이 예상되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투자시 현재의 시장지위와 재무제표 뿐 아니라, ‘재무정책’의 변화 가능성을 보수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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