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점검]체벌금지 첫날, '성토장'된 서울 교무실

머니투데이 최은혜 기자, 배준희 기자 | 2010.11.01 15:29

교사들 "학생 지도 포기, 실효성 의문"… 일부는 "어차피 체벌 거의 없었다"

서울시교육청의 체벌 전면 금지 방침이 적용된 첫 날인 1일. 서울 동작구의 D중학교 교무실에선 교사들이 모여 불만을 토로했다.

이 학교 이모 교사는 "교사들끼리 '이제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잠을 자도 못 본 체 해야겠다'고 자조 섞인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연초에 세운 수행평가 기준을 갑자기 바꿀 수도 없으니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얘기도 했다.

이 교사는 "학교가 교육청에서 요구하는 방침에 맞춰 생활지도규정을 제정하는 데 급급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대책은 교사들에게 전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서울시내 학교들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체벌금지 방침에 따라 지난달 29일까지 체벌금지 조항을 담은 새로운 학교생활규정을 마련했다. 시교육청은 지난 9월9일 문제학생을 별도의 '성찰교실'에 격리하거나 학교가 학부모를 소환해 면담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대체 프로그램 예시안을 마련해 일선 학교에 전파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 많은 학교들이 성찰교실 운영을 위한 공간 확보도 하지 못한 상태다. 공간은 마련했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라는 경우도 있다.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N중학교의 이모 교사는 "교무실 한 켠에 겨우 성찰교실을 꾸렸지만 현재 제정된 생활지도규정 기준으로는 상담해야 할 학생이 너무 많아 지도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교사는 "벌점을 주고 학부모를 소환하겠다고 말해도 크게 신경 쓰는 학생들은 많지 않다"며 "교사들이 이제 생활지도부에 가기를 더욱 꺼려한다"고 털어놨다.

서울시교육청의 체벌 전면 금지 방침에 대해 반대 입장을 적극적으로 밝혀온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소속 교사들은 반발이 더욱 거세다. 교총 측은 교육적 체벌을 한 교사에 대해 징계가 내려질 경우 대법원 판례에 근거해 소송을 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체벌 전면 금지 방침이 '새로울 것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학교들도 있다. 서울 중구의 C중학교에서 만난 여학생들은 "평소에도 학교에서 체벌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들이 큰 관심을 갖진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C중학교도 이미 준비를 많이 해온 편에 속한다. 이 학교 김모 교감은 "곽노현 교육감 당선 이후 체벌 금지 관련 발표들이 계속 나와서 꾸준히 준비를 해왔다"며 "이번 조치로 특별히 더 준비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교감은 "2008년부터 교과부의 성찰 교실과 큰 틀에서 유사한 푸른 교실을 운영해왔다"며 "학생들이 2~3번 정도 푸른 교실에 다녀가면 대부분 잘못을 반성하더라"고 말했다.

C중학교는 2008년부터 '푸른 교실'이라는 이름의 별도 교실을 설치, 운영해왔다. 기존에 운영하던 상·벌점 제도와 연계, 교사 지시 불응 등 개별 사건에 대해 벌점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푸른 교실에만 상주하는 교사도 1명 있다.

김 교감은 "1차적으로 교사의 말을 듣지 않는 학생들에게 경고를 하고 시정이 안되면 푸른 교실로 간다"며 "가기 전에 교감 선생님이 학생을 만나 어떤 잘못을 했는지 충분히 들은 후 푸른 교실로 보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푸른 교실로 가도 시정이 안 되는 경우는 전문상담교사에게 보내는 과정을 거친다"며 "일부 학생들은 체벌 금지 조치로 교사에게 반항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비율이 높은 편도 아니어서 시간이 지나면 무리없이 정착될 거라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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