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W 건전화 방안, 스캘퍼는 못 잡는다

머니투데이 박성희 신희은 기자 | 2010.11.01 16:41

투자자 교육 수위 낮아졌지만 '건전한 시장' 시각 차 여전

주식워런트증권(ELW) 투자시 별도 교육을 의무화하는 등 건전화 방안이 마련됐다.
당국이 고심끝에 마련한 대책이지만 시장을 교란하는 초단타 투자자(스캘퍼)를 규제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ELW 시장 발전을 위해선 금융당국과 업계 사이에 '건전한 시장'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좁히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신규 투자자의 ELW 교육 이수와 △ 유동성공급자(LP) 호가 제출 기간 연장 △ LP 평가방안 강화 및 내재변동성 변경 내역 공개 등을 골자로 한 'ELW 시장 건전화 방안'을 내놨다. 이 안은 내년부터 시행된다.

일단 별도 계좌 개설이나 기본 예탁금 등 당초 거론된 규제안보다 수위가 낮아진 데 대해 시장에선 환영을 뜻을 표하고 있다. 대신 ELW 신규 투자자들은 온라인 1시간, 오프라인 2시간 가량의 강의를 듣고 5개 문제 풀이를 통해 ELW에 대한 이해도를 점검받게 된다.

A 증권사 관계자는 "파생상품 거래시 예탁금 의무를 부여한 건 우리나라 밖에 없다"며 "원금 이하로 손해보지 않는 상품 투자시 예탁금을 내야 한다는 건 이론적으로도 근거가 없었다"고 밝혔다.
B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시장 자율에 맡겨준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자 교육'을 통해 시장 건전성을 유도한다는 방향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ELW 투자시 신청서를 내고 교육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전용계좌와 동일한 효과를 낼 것"이라며 "상품에 대한 투자자 이해도를 높인다는 차원에서 실질 효과는 강화됐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개인 투자자들이 ELW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워진 데다 정작 건전화 방안의 우선순위로 꼽히던 스캘퍼 규제에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C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건전화 방안은 스캘퍼보다는 시장 전반을 규제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당국이 원하는만큼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시장이 계속 과열된다면 보다 강도 높은 조치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나마 LP 호가 제출 기간이 만기 한 달 전에서 5일 전으로 연장된 점이 스캘퍼의 불공정 거래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이제껏 개별 종목 ELW의 경우 만기 한 달 전부터는 LP의 호가 제시 의무가 없어 이 기간 가격이 왜곡되는 사례가 빈번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그동안 통정 매매 등 불법 거래가 아닌 이상 스캘퍼의 거래를 규제할 수 없었다"며 "현물 및 선물, ELW를 동시에 거래해 시작을 조작할 가능성을 사전 제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이 '투자자 교육'이라는 카드를 제시했지만 ELW 시장의 문제점이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당국과 업계간 시장 건전성에 대한 인식 차가 큰 데다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스캘퍼를 규제하는 게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A사 관계자는 "ELW시장=불건전'이라는 정의 자체가 명확하지 않다"며 "단기간 급성장한 시장에 개인이 참여하는 게 문제인지, 단순히 스캘퍼 비중이 높다는 게 문제인지 ELW 시장을 바라보는 시작점을 분명히 하는 게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고봉찬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국내 ELW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전체 거래규모의 80~90%를 스캘퍼가 차지하고 이들이 시세 조종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며 "시장 성장을 가로막지 않는 선에서 스캘퍼의 시장 조작을 감시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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