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부동산시장에서 가장 큰 특징이라면 금리(이자율)의 힘이 눈에 띄게 커졌다는 점이다. 외환위기 이전 주택시장 내부의 수급에 의해 움직였던 것과는 딴 판이다. 외환위기 이후 금리는 슈퍼 파워(Super power) 같은 존재다. 금리는 주택가격뿐 아니라 지가, 건축허가, 전세가격 등에 전방위로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한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버블이 생기는 것은 누군가 뒤에서 유동성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부동산을 투기적으로 구입하는 사람이 자신의 장롱 속 자금 100%를 꺼내서 투자를 하지 않는다. 동원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남의 돈을 꾸어서 투자한다.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그래야 작은 돈으로 최대한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를 때에는 레버리지를 많이 활용할수록 수익률이 높아진다. 탁월한 재테크 기술로 칭송된다. 더욱이 시중의 금리가 낮아지면 이런 유혹이 더 커진다.
저금리, 과잉 유동성시대에는 시중은행들도 마땅히 돈을 운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계 주택대출에 올인(All in)한다. 은행들도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활황기에는 리스크를 애써 무시한다.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므로 하루라도 빨리 대출을 받아 대세 상승열차에 타려는 수요자들과 돈을 대주는 은행들이 서로 이해관계가 일치해 부동산 버블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금융은 잘 쓰면 약이 되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된다. 즉 금융은 평상시에는 축복과 은총이지만 위기에는 저주와 재앙으로 돌변한다. 부동산이 금융을 잘 만나면 영화 ‘워낭소리’의 우직한 누렁이 소처럼 내 삶에 큰 힘이 되지만 잘못 만나면 괴물이 된다. 그 괴물은 주인뿐만 아니라 죄 없는 이웃까지 죽인다.
미국의 서브 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사태는 부동산이 첨단 금융공학을 잘못 만나 감당하지 못할 부실을 키웠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그 과정에 인간의 탐욕과 도덕적 해이는 통제하지 못할 정도의 괴물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그 결과 당사자인 미국, 인근 유럽 경제를 마비시키고 극동의 일본과 한국 샐러리맨들까지 고통에 빠트렸다. 부동산의 버블 증폭 메커니즘에는 금융이 항상 곁에 있다.
건설사 위기의 뇌관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대출, PF 자산유동화어음(ABCP) 발행 문제도 결국 부동산 대세 상승기에 편승, 금융과 부동산의 과도한 융합에 따른 후유증이다. 금융에 의한 부동산시장의 가격 부풀림 현상 때문에 위기 때에는 작은 둑이 터지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댐 붕괴로 이어져 경제주체에 더 큰 고통을 안겨준다.
과도한 레버리지는 부동산 시장의 급등과 급락(Boom & bust) 사이클의 진폭을 키운다. 부동산이 금융 상품화되고 금융의 영향권에 종속될 때 부동산시장은 본질적으로 강한 변동성과 폭발성을 내포하게 된다는 얘기다. 부동산의 리스크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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