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으로 선체 만든다? 기상천외 금 밀수 실태

머니투데이 정영화 기자 | 2010.10.27 08:03

[한국 금시장 집중탐구③]쉽지 않은 금시장 양성화

【편집자주=세계는 금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투자대상으로 금을 주목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금시장은 아직도 복마전이고 금 상품 전문가도 거의 없습니다. 금 매매 및 투자의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시리즈를 게재합니다】

#한 중견 수입유통업체 사장은 보석관련 사업을 해보려고 1년여 준비하다 결국엔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밀수의 유혹을 이길 자신이 없다는 것이었다. 밀수와 공식 수입의 가격차가 워낙 크다보니 욕심이 생기게 된다는 것이었다.

◇2007년 이후 금 밀수입 사라지고, 밀수출 적발 급증

귀금속 도소매(쥬얼리)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밀수의 유혹을 느낄수 밖에 없다. 부가가치세 10%, 관세 3%, 소득세 등을 따지면 밀수와 공식수입의 차이는 엄청나다.

최근 국내시세가 국제시세보다 낮게 형성되면서 밀수입은 거의 없어진 반면, 밀수출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시리즈 2회 참조).
관세청에 따르면 2007년까지만 해도 밀수로 적발된 건수는 주로 '밀수입'쪽이었다. 2007년 밀수입이 11건(332억4600만원)인 반면 밀수출은 0건이었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값이 치솟기 시작한 2008년부터 상황이 역전됐다.
2008년에는 밀수입이 3건(3억3900만원)으로 줄어든 반면 밀수출은 52건(52억4000만원)으로 급증했고, 지난해에도 밀수입이 4건(1억400만원), 밀수출이 10건(9억9300만원)이었다. 올해 8월까지는 밀수입 적발건수는 한 건도 없었지만, 밀수출이 5건(37억2600만원)에 달했다.

금 매매 암거래 시장 역사는 오래됐고, 규모도 상당하다.
금이 외환보유고로도 쓰이지만 불법 상속 ·증여, 비자금 등 음성적인 곳에 많이 쓰이는 탓에 암거래시장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여러 차례 법 개정을 통해 금시장의 양성화를 시도했지만, 금 거래자들이 신분 노출을 꺼리는 탓에 효과를 보지 못했다.

IMF외환위기 전후 종합상사 등 일부 대기업에서는 금을 불법적으로 사고팔아 많은 이익을 남기기도 했다. 이들은 조세특례제한법상 면세금 제도 등을 악용해 금을 수입한 후 수출 과정에서 부가세를 부정 환급받는 일명 '폭탄영업'을 해 적발되기도 했다.

◇ 금으로 선체 만들고, 은괴 속에 금괴 숨기기도


최근에는 음성적인 금 수출이 개인차원을 넘어 기업형으로 발전하고 있다.

주로 소매점들이 개인들에게 반지 등 고금을 싸게 매입해서 이를 중간 상인에게 판매한다. 이것이 금괴(골드바) 형태로 만들어진 뒤 수출업체를 통해 중국이나 중동 등지로 팔려나간다.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이른바 '바지사장'을 내세운 '폭탄업체'를 끼기도 한다.

국제 원자재 관련 사업가이자 '금투자의 정석' 저자인 이동엽씨는 "금의 대부분은 해상운송을 통해 중국 등지로 밀수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금 밀수 수법이 나날이 지능화되고 온갖 기상천외한 수법들이 동원되고 있다.

신체에 숨겨오거나 보따리에 감춰오는 수법은 '애교'에 속한다.
금은 녹이거나 부숴도 변치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금괴를 녹여 가방 손잡이나 옷걸이, 생활 소품 등으로 특수 제작하기도 한다. X레이 투시기에 걸려들지 않는 은괴 안에 금괴를 넣기도 한다.

검색 절차가 까다로운 항공기 보다 검색이 상대적으로 허술하고 숨길 곳이 많은 선박을 이용한 밀수가 더 많다는게 정부 당국자와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배의 기둥 안쪽이나 기름 탱크 등에 금괴를 넣고 바깥에서 용접하기도 하고 금괴를 녹여 배의 일부로 만들기도 한다.
해상운송을 통해 나가는 밀수 금을 적발하기 위해서는 배를 사실상 해체해야 한다. 배 한척 검색하는데만 수 천 만원이 들기 때문에 검색에 의한 적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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