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서비스 플랫폼 빗장 푼 이유는?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 2010.10.25 18:05

플랫폼 육성 미흡 '반성'… 서비스 경쟁력 높이기 위한 마지막 선택

SK텔레콤이 꽁꽁 닫아놓았던 T맵과 문자메시지(SMS) 등 서비스 플랫폼을 개방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동안 플랫폼의 중요성을 알고서도 이를 육성하지 못했다는 자기반성과 함께 지금이라도 개방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SK텔레콤은 2001년 무선인터넷 사업부문을 신설하는 등 앞으로 플랫폼 사업이 커질 것을 예측하고 준비했다. 멜론, 싸이월드, 모네타, NTVI(양방향 주문형비디오(VOD) TV) 등 각종 혁신적인 서비스도 내놓았다. 특히 멜론은 2005년 4월 비즈니스위크가 '아이팟 킬러'로 소개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에코시스템을 조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못했다. 지난 수년간 소모적인 마케팅 경쟁 구도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많은 비용을 들여 개발한 서비스를 SK텔레콤만의 자산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T맵 등을 개방해 경쟁사까지 쓰면 경쟁사만 좋은 일이 아니냐는 의문도 많았다.

반면 애플과 구글은 에코시스템 구축과 개방성을 무기로 단기간 내에서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애플은 2001년 아이튠스,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하는 등 에코시스템 구축에 집중한 결과, 2010년 미국 시가총액 2위 기업으로 발돋음할 수 있었다. 1998년 설립된 구글은 자신이 구축한 플랫폼을 외부에 적극적으로 개방한 결과, 2009년 매출 28조원을 달성했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2000년부터 플랫폼 사업의 가능성을 예측하고 준비했으나 스스로 '월드 가든'에 갇혀 기대만큼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며 "T맵, T스토어 등 경쟁력 있는 서비스에 '확장성'과 '개방성'을 가해 글로벌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는 서비스 플랫폼으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이 빗장을 연 것은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네트워크 품질은 비슷해지면서 통신사의 경쟁력이 누가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느냐로 변해갔다.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개방성이 필수다. 더 이상 SK텔레콤 혼자 힘으로는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모두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망사업자(MNO) 경쟁력은 질적인, 가치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에 달려있다"며 "서비스 플랫폼 육성은 SK텔레콤의 전부"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다른 사업자보다 플랫폼 사업에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우선 SK텔레콤은 T맵, 멜론, 네이트온 등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2500만 가입자 기반을 활용한 조기 시장형성 가능성은 플랫폼만 가지고 있는 사업자보다 경쟁우위 요소다. 차이나모바일이 독자적인 단말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플러스(+)'를 추진할 수 있는 이유도 가입자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플랫폼 사업은 다양한 영역에서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어 아직 가능성이 크다. 정 사장은 "아직까지 신규 서비스/플랫폼에서 강자가 없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뛰어들면 SK텔레콤도 글로벌 강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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