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구 미분양 아파트의 그늘

머니투데이 최종일 기자 | 2010.10.25 07:47
최근 대구에서 만난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역내 미분양 사태의 원인으로 '중대형의 기형적 공급과잉'이라는 공통된 분석을 내놓았다.

이들에 따르면 과거 대구 부동산시장은 우방·청구·보성 등 지역업체들이 철옹성을 구축했다. 외환위기 과정에서 이들 업체가 파산하면서 2000년대 들어 수도권 기반의 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대구에서 아파트를 짓기 시작했다.

치열한 경쟁 탓에 땅값은 뛰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공사비도 증가했다. 건설사들은 이윤폭을 높이기 위해 중대형을 고집했고 분양가도 이에 맞춰 상승했다. 2005년 3.3㎡당 분양가 1000만원 시대가 열리더니 이듬해에는 1300만원에 근접한 아파트가 대거 등장했다. 모델하우스에는 구름 인파가 몰렸다. 대구시도 택지개발을 장밋빛 청사진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호황기는 그리 길지 않았다. 2006년 하반기부터 입주물량이 쏟아지면서 공급과잉으로 아파트값이 꺾이기 시작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하락폭은 더욱 커졌다. 미분양 아파트도 넘쳐났다. 한때 전국에서 가장 많은 2만여 가구의 미분양이 발생했다. 아직도 1만6000여 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분양 10가구 중 약 7가구가 중대형이다.


부동산 침체의 그림자는 오랫동안 짙게 드리워져 있다. 대구시는 취득·등록세 급감에 재정운용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구시 취득·등록세는 2008년 5088억원에서 지난해 4648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 8월 말 현재 취득·등록세 징수액은 3304억원에 그쳤다. 건설·부동산시장 침체는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건설사들은 이익을 잊은 지 오래다. 조금이라도 손해를 적게 보기 위해 파격적인 할인분양을 하고 있다. 집 없는 서민들은 전셋값 상승에 한숨이 깊어가고 있다. 중대형과 달리 중소형 아파트는 공급이 크게 부족해서다.

중대형 미분양 해소에 5년 이상 걸릴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달서구 월성동의 한 주민은 "과거에는 아파트를 분양한다면 끝도 없이 줄이 이어졌지만 지금은 미분양이라고 난리다"라고 꼬집었다. 부동산 광풍'이 만들어낸 초라한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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