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게 5년동안 물었다, "너 찍어도 되느냐?"고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 2010.10.25 10:27

김중만의 토크토크 '나무에게 물었습니다'

"길을 가다가 맘에 드는 키보드를 산다고 음악가가 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같은 가격으로 카메라를 산다면 누구나 사진가가 될 수 있습니다."

김중만 사진작가는 현대카드의 첫 '슈퍼토크'에서 사진이 다른 예술에 비해 역사가 짧음에도 불구하고 20세기 들어 가장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피아니스트가 되려면 10여년을 연습해야 하지만 사진은 1시간이면 충분하다는 것. 일상생활에서 삶을 한장 씩 찍고 기록하고 돌아볼 수 있는 것이 사진의 장점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무엇보다 사진의 가장 큰 장점은 '감성'. 그는 최근 작업한 중랑천 뚝방길 사진들을 보여주며 그가 최근 애정을 가지고 만났던 '상처의 거리'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그의 관심을 끌었던 대상은 '나무'.


"나무에게 5년 동안 물었습니다. 내가 너희를 찍을 수 있냐고. 지난해 4월, (나무들이) 찍어도 된다고 하더군요. 그 때부터 어제까지 거의 매일 찍었죠. 250번에서 300번 정도, 500m의 길을 찍었습니다. 깨끗한 거리는 아니죠. 나무에 상처가 나있어 그냥 (찍기) 시작했습니다.

중랑천 뚝방 길은 그의 거주지 강북에서 청담동 스튜디오로 가기 위해 지나가야 되는 길이다. 매일 지나가는 길, 사람들이 외면하는 길을, 그는 5년간 거의 매일 바라보며 하루에도 몇 시간 씩 대화를 나눠왔던 것이다.

깊은 상처로 쉽게 마음을 열지 못했던 나무들도, 그 거리의 사람들도 이제 그의 사진과 함께 회복되어 가고 있다. 김중만 작가는 말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그의 작품을 보는 우리에게 '당신의 상처도 회복될 것'이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김중만 작가는 올해 제5회 마크 오브 리스펙트상을 수상하며 2009년 가장 존경 받은 문화 예술인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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