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2010년 가을에 떠올린 '기업 프랜들리'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 2010.10.22 07:01
"한해 농사를 좌우할 중요한 시점에 연일 압수수색이니 내년 경영계획을 세우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대검 중수부가 C&그룹을 압수수색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21일 오전 한 대기업 관계자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느새 10월 중순, 널뛰는 환율에 내년 경영전략 수립에 고심하는 기업들이 '사정바람'에 더욱 뒤숭숭한 분위기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달 한화그룹에 이어 이달 태광그룹을 압수수색하는 등 기업 수사에 고삐를 죄고 있다. 급기야 이 날은 검찰내 최고 특수 수사통이 모인 대검 중수부가 나서 C&그룹 본사와 계열사를 압수수색한 것은 물론 회장을 체포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검찰은 2~3개 대기업의 비리혐의를 추가로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의 비리 척결은 필요하다. 경영상 과실에 대한 외부의 감시와 견제도 해야 한다. 하지만 크고 작은 기업들을 상대로 한꺼번에 칼을 겨누는 데 대해 기업들은 불안해 한다.

앞서 세무조사 대상으로 거론된 기업들도 적잖아 '혹시 우리는' 하는 걱정을 지울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추가 조사대상에 대해 기업이 특정되지 않고 2~3개라는 애매한 표현이 나도는 것도 혼란을 가중시킨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초기 '경제대통령'을 자임하며 '기업프렌들리'를 주요 정책비전으로 내세웠다. 기업들의 기대도 그만큼 컸고, 최근 사정당국의 행보에 대해서도 '기업프렌들리'의 후퇴가 아니길 바란다.

무엇보다 기업가정신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어서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에서 신흥 대기업을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다. 이 기간에 국내 기업순위 50위에 새로 이름을 올린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새로운 기업들이 등장하지 않으면 경제 '한국호'의 성장엔진도 꺼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는 '일자리 창출'도 여의치 않다.

다시 사정바람이 불고 있는 2010년 가을. '기업프렌들리'라는 단어를 새삼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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