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택 민주당 의원은 "하명이라는 말은 대통령의 지시를 지칭할 때 쓰는 말"이라고 주장했고 이사철 한나라당 의원은 "예전부터 검찰 등에서 '하명사건'이라는 말을 쓰곤 한만큼 대통령과 무조건 연결시켜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두 의원이 '하명'이라는 단어를 두고 각기 다른 해석을 내린 것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소속 원모 사무관이 작성한 'BH(청와대를 지칭하는 Blue House의 약자) 하명'이라는 메모 때문이다. 이 메모는 검찰이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야당은 이 메모를 '불법사찰에 대통령이 개입한 증거'라고 해석하면서 "배후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실시한 불법사찰을 대통령이 지시했거나 대통령이 잘 알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불법사찰의 배후를 밝혀내기 위해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의 박병석 의원은 "검찰 조사 결과 이 사건이 '하명사건'이라고 불리는 등 불법사찰에 청와대가 개입한 증거가 계속 밝혀지고 있다"며 "빅브라더가 감시를 하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사철 의원은 "야당이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하명이라는 말 한 마디를 가지고 민주당이 자꾸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며 "한 공무원이 불법적으로 사찰을 실시한 것이 문제지만 이를 가지고 기구 자체를 없애자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도 조사심의관이라는 이름으로 공직윤리지원관실과 같은 일을 하는 곳이 있었다"며 "그렇게 문제가 있다면 당시 없앴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역공하기도 했다.
여야의 공방 속에 임채민 국무총리실장은 "하명이라는 용어는 관행적으로 쓰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정기관 간에 협조하는 사건에 하명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고 답했다.
임 실장은 "(불법사찰 문제는) 공직사회의 기강을 확립하는 일이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정치인 사찰 문제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입장은 아니지만, 사실이라면 바람직하지 못하고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무위 국감에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등 관련 증인 6명은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우제창 민주당 간사는 "지난번에 동행명령장까지 발송했는데 또 출석하지 않았다"며 "반드시 고발조치해 국회 권위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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