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히든 챔피언 vs 수출입은행 히든 챔피언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 2010.10.20 14:34

[현장클릭]'가짜 히든챔피언'에 울상인 수출입은행

요즘 금융계에선 '히든챔피언'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무용론(無用論)부터 육성론(育成論) 까지 다양합니다.

'히든챔피언'이란 독일 학자 헤르만 지몬이 쓴 책 제목에서 따온 말입니다. 세계 시장에서 1~3위쯤 평가를 받고, 매출액 40억 달러 이하인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에선 한국거래소(KRX)가 지난해 이 제도를 도입,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거래소가 히든챔피언으로 지정한 기업들이 1년도 안 돼 상장폐지 위기를 맞거나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어 제도에 큰 문제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거래소가 지난해 히든챔피언으로 선정한 디스플레이 검사장비 생산업체 유비프리시젼은 지난 13일 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됐습니다. 적자를 흑자로 허위 기재하고 증권신고서를 거짓으로 제출하는 등 회계처리를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더 이상 상장회사 자격을 유지하기가 어렵게 됐습니다.

이처럼 거래소가 코스닥시장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선정한 기업이 1년 만에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자 히든챔피언 무용론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이런 분위기는 수출입은행이 1년 전 도입한 '히든챔피언 육성 프로그램'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수출입은행은 억울해 합니다. 이름은 비슷하지만 거래소와 완전 다른 개념이기 때문이죠.

수출입은행의 이 제도는 수출 규모가 1억 달러 이상이고 지속적인 세계시장 지배력을 갖는 잠재력 있는 기업을 육성, 중견기업으로 키우는 것입니다. 이미 잘 나가는 기업을 선정하는 거래소와 달리 가능성 있는 기업을 뽑아 견실한 강소기업으로 만든다는 얘기입니다. 단지 히든챔피언이란 말이 들어갔을 뿐인데 거래소와 똑같이 묶여 프로그램 자체가 평가절하 되고 있다는 반응입니다.

수출입은행은 앞으로 10년을 내다보고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1년 동안 100개 기업을 육성 대상으로 선정했는데, 이들 기업엔 맞춤형 금융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수은은 앞으로 200개의 기업을 추가로 선정해 모두 300개 기업에 2019년까지 20조원을 지원할 방침입니다. 이들 기업 중 일부는 히든 챔피언에서 탈락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세계 시장을 누비는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거래소의 이번 히든챔피언 문제 때문에 수출입은행의 프로그램 운영이 위축되거나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겁니다. 몇몇 망가진 '가짜 히든챔피언' 기업들 때문에, 자칫 수출입은행의 지원을 기다리고 있는 '미래의 히든챔피언'들이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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