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3년 만에 '떴다방' 떴다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부산=전예진 기자, 대구=최종일 기자, 울산=장시복 기자 | 2010.10.20 07:12

[르포]대구도 모델하우스 '북적'…중소형중심 거래 살아나

#1. 지난 18일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내 '우동자이' 모델하우스. 오는 29일 문을 여는 이 모델하우스 인근에는 벌써부터 파라솔 서너개가 들어서 있다. 이는 부산 전역의 중개업자들과 외지 떴다방들이 호객을 위해 세워놓은 것들이다.

떴다방들이 부산 분양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2008년 1월 공급된 '해운대 아이파크' 이후 처음이다. 모델하우스 주변 한 중개업자는 "손님 잡기 좋은 자리를 선점하려고 벌써부터 자리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며 "도대체 아파트 분양을 손꼽아 기다리는 게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2. 같은 날 대구 달서구 'AK그랑폴리스' 모델하우스에는 평일 낮인데도 손님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최근 실시한 순위내 청약에선 미달 사태를 빚었지만 선착순 계약을 하겠다는 실수요자들이 모델하우를 찾고 있는 것.

공급가구(59∼114㎡ 1669가구) 대부분이 전용면적 84㎡ 이하로 이뤄진데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훨씬 싸서다. 이 단지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모델하우스 오픈 이후 지금까지 2만5000명이 분양상담을 받았다"며 "초기계약률 50∼60%는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자신했다.

"들어가면 죽는다"는 웃지 못할 유행어가 생겨날 정도로 '건설사의 무덤'으로 알려졌던 부산·대구 등 지방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지난 2∼3년간 신규주택 공급이 뚝 끊기면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기존주택 거래는 물론 신규분양·미분양 계약까지 늘고 있는 것이다.

◇중소형 거래 살아나는 부산·대구

지난 2005∼2006년 주택 과잉공급으로 가장 애를 먹었던 부산.대구의 회복세가 가장 두드러진다. 이들 지역에선 중소형을 중심으로 기존 주택 거래는 물론 신규 분양주택 수요도 살아나고 있다.

'불꺼진 유령도시'로 불렸던 부산 정관신도시는 최근 입주율 92%를 넘어섰다. 정관신도시내 휴먼시아1단지의 경우 입주율이 99%에 달한다. 전세.매매 거래가 늘면서 가격도 강세다.

지난 2008년 입주한 부산 남구 용호동 '오륙도SK뷰' 전용 84㎡ 매매값은 3억1000만원으로 올초 2억5000만원 대비 6000만원 올랐다. 해운대구 반여동 '해운대메가센텀 한화꿈에그린' 전용 85㎡는 올초보다 4000만∼5000만원 오른 2억7000만∼2억8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대구에서도 중소형을 중심으로 기존 주택 거래와 신규 분양 계약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대구 수성구의 C중개업소 관계자는 "중소형 전세물건 구하기가 워낙 어려운데다 전셋값이 매매가의 80∼90%까지 뛰자 차라리 집을 사겠다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며 "전세난이 장기화되면서 집을 사겠다는 사람은 많은데 중소형 매물이 부족해 거래를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살아나면서 아파트 신규 분양도 잇따르고 있다. GS건설은 이달말 부산 해운대에서 우동자이' 1059가구, 현대건설과 두산건설은 다음달 '해운대 힐스테이트 위브' 2369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

◇수년간 분양 공백이 원인…중대형은 아직 찬바람

수년만에 지방 일부 지역에서 주택 수요가 움직이는 것은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서라기보다는 새 아파트 공급물량이 감소해서다. 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이 새 아파트 분양을 포기하거나 늦추면서 최근 3년간 부산·대구 등의 새 아파트 분양물량은 70∼80% 정도 줄었다.

매년 3만가구 가까이 입주했던 대구의 경우 지난해와 올해 입주물량이 각각 1만가구로 줄었다. 내년과 2012년에는 3000∼4000가구 수준으로 급감한다.

2∼3년전 '공급과잉'이었던 지방 부동산 시장이 중소형 공급부족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전세난 심화, 기존 주택 매매 전환, 미분양.신규분양 계약 수요 증가 등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부산시 해운대 신시가지내 한 아파트는 72㎡(공급면적) 매매값이 1억6000만원, 전셋값이 1억3000만원으로 매매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80%를 넘는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수석부사장은 "지방 부동산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섰다기보다는 수요 공급 논리에 따라 주택 수요가 움직이는 것"이라며 "2∼3년간 공급이 끊긴 만큼 중소형 주택 부족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건설업계 할인분양 등도 거래 활성화 요인으로 꼽힌다. 대구, 부산 등에서 신규 분양하는 단지들의 경우 4∼5년전 수준으로 분양가를 낮춰 내놓고 있다. 대구 이시아폴리스 더샵의 분양가는 3.3㎡당 580만∼590만원선, AK그랑폴리스는 3.3㎡당 720만원선이다. 한때 대구 도심 주상복합 분양가가 3.3㎡당 1000만원을 훌쩍 넘었던 것에 비하면 30∼40% 낮아진 셈이다.

다만 실수요층이 얇은 중대형의 경우 아직까지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울산에서 아파트를 분양중인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지방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고 하지만중대형은 여전히 찬밥"이라며 "대구, 부산, 울산 등에 남아 있는 중대형 미분양이 모두 팔리려면 5년은 족히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3. 3 "당신 아내랑 불륜"…4년치 증거 넘긴 상간남, 왜?
  4. 4 "밖에 싸움 났어요, 신고 좀"…편의점 알바생들 당한 이 수법[영상]
  5. 5 1년 전 문 닫은 동물원서 사육사 시신 발견…옆엔 냄비와 옷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