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사회가 나서 신한 사태 해결하라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정진우 기자 | 2010.10.18 08:26

3인방 설 땅 잃고 日주주 한계.. '식물이사회' 오명 씻고 해결방안 내야

지난달 2일 신한은행이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고발하면서 촉발된 '신한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면서 '이사회 역할론'이 대두하고 있다. 벌써부터 결속을 과시해온 행내 분열기미가 보이는 등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신한은행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분 17%를 대표한 일본 사외이사의 목소리만 있을 뿐 나머지 지분을 대표해야 할 국내 사외이사들은 소극적인 입장만 보인다는 비판론도 만만치 않다. 경영진과 독립적이지 못했던 그동안의 입장을 그대로 고수할 경우 사태수습에 실마리를 찾기 힘들고 결국 이사진의 명망에 흠집을 남길 것이란 지적도 있다.
 
18일 신한금융지주에 따르면 오는 11월4일 3~4분기 실적 승인과 관련한 정기이사회가 예정돼 있다. 현재로선 실적 외에 다른 안건은 미정인 상태다. 지난 14일 재일교포 주주들이 오사카에서 '간사이지방 주주회동'을 하고 '3인방 즉시 사임'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지만 이를 이사회 안건으로 채택할지도 미정이다.
 
이 날의 관심은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이 일본 주주들의 결의사항을 전달하면서 이사회가 수습방안을 내놓을지에 쏠려있다. 임시 주주총회 소집 요구까지 검토한 일본 주주들은 일단 이사회에 의견을 전달하는 선에서 행동을 마무리했다. 사태수습의 공을 이사회로 넘긴 셈이다.
 
이에 따라 이사회가 지도부 거취문제를 포함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태를 수습할 단초를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운열 서강대 교수는 "결국 이사회가 중심이 돼 수습방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일은 신한지주뿐 아니라 한국 금융의 지배구조가 오히려 한 단계 변화하는 좋은 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외환위기(IMF) 이후 다른 기업들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맞추려 한 반면 신한지주는 과거 지배구조를 유지해왔다"며 "이번 일은 신한지주의 경영문화를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고 이사회가 그런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관의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중론이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대안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도 "이사회가 때를 놓치면 관치의 유혹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주주와 직원의 이익보호와 투명경영시스템 구축에 이사회가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에 사외이사의 전문성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사외이사들은 여전히 이사회일정과 안건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경영진 3인방'에 대한 검찰 수사와 라응찬 회장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징계 결과 등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라 회장에 대한 당국의 징계결과를 보기 위해 이사회가 미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한 사외이사는 "이사회 일정과 관련해 통보받은 것도, 이사들끼리 구체적으로 이야기한 것도 없다"면서도 "아무래도 조만간 사외이사들이 모여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사외이사도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사들끼리 곧 만나서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사외이사들 간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사외이사들은 벌써부터 사태수습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신한은행 내부에서도 "평균연봉 4800만원에 '식물 이사회' 역할만 한다면 이 분들이 그동안 쌓아놓은 명망에 흠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사회가 역할을 못한 측면이 많다"며 "감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고, 조직의 이익을 대표하는 데 대리인 비용을 줄이는 역할을 얼마나 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 사외이사 제도는 거수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며 "그럼에도 사외이사에 너무 많은 짐을 지운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한지주 경영진을 제외한 국내 이사진은 비상근이사인 류시열 법무법인 세종 고문, 이사회 의장을 맡은 전성빈 서강대 교수, 사외이사 윤계섭 서울대 교수, 사외이사 김병일 한국국학진흥원장(전 기획예산처 장관) 등 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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