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와 랩은 비교 대상이 아니죠"

머니위크 김부원 기자 | 2010.10.22 12:07

[머니위크]양성락 블랙록자산운용 대표가 말하는 '펀드 바로 알기'

올해 펀드시장을 '침체'란 짧은 단어로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펀드에 대한 실망으로 투자금은 계속 순유출되고 있는 상황. 게다가 증권사와 투자자문사가 손잡고 내놓은 자문형랩의 인기가 펀드에 대한 관심을 더 떨어뜨린 것도 사실이다.

이런 시장 상황에 대해 양성락 블랙록자산운용 대표는 투자자들이 펀드와 자문형랩의 차이에 대해 올바로 이해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른 두 투자 상품이 마치 경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다. 아울러 양 대표는 펀드투자를 위해 필요한 기본 마인드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펀드와 자문형랩에 대한 오해

"펀드는 편입된 종목의 수가 많고 움직임도 둔하다. 반면 자문형랩은 열 개 정도의 종목만 가져가면서 기민하게 움직인다."

펀드와 비교해 자문형랩의 장점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말이다. 그렇다고 펀드가 자문형랩보다 못한 상품이라는 뜻은 아니다.

양 대표는 "랩은 투자자의 성향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맞춤형상품으로, 고액자산가를 위한 것"이라며 "랩이 펀드와 경쟁하는 상품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증시가 좋지 않으면 펀드 수익률도 하락하기 마련"이라며 "투자자들이 이런 특성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하락장에서도 펀드가 수익을 내주기를 기대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떤 시장에서도 무조건 수익을 내는 것이 자산운용사의 의무는 아니다. 오히려 특정한 시장 상황에서 가장 좋은 주식에 분산해서 투자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게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가 할 일이다.

반대로 자문형랩을 관리하는 투자자문사들은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내는, 절대수익을 강조하고 약속한다. 결국 펀드와 자문형랩의 본질 자체가 다른 셈이다. 만약 펀드를 포기하고 자문형랩에 투자했다면 리스크가 보다 큰 상품을 선택했다는 의미가 된다.

양 대표는 "두 상품의 특징이 서로 상반되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랩이 펀드보다 우월한 상품처럼 인식되는 현실이 걱정스럽다"며 "랩에 투자하면 한층 압축된 포트폴리오로 자산을 관리할 수 있겠지만, 갑자기 시장이 크게 하락할 경우 투자자들은 더 많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증권업계의 한 사람으로서 랩의 필요성은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마치 자산운용사의 펀드와 비교해서 랩이 우월하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는 것이 양 대표의 견해다. '하이 리턴, 하이 리스크(high return, high risk)'의 논리를 곱씹을 필요가 있다.

◆펀드투자를 위한 조언

양 대표는 펀드투자를 위해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마인드에 대해 말을 이었다.

첫째로 자신의 투자 목적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 초년생, 중년 그리고 노년으로 접어들수록 돈의 용도와 필요한 정도는 다르기 마련이다. 목돈 만드는 일이 시급한 사람이 있고, 노후설계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양 대표는 "사람들마다 투자목적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명확한 계획 없이 무턱대고 재테크를 하는 분들이 많다"며 "펀드투자 역시 투자 목적을 정확히 세운 후 시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둘째, 지나친 욕심을 버려야 한다. 많은 투자자들이 단기간에 큰 수익을 내겠다고 욕심을 부리는 게 사실이다. 재테크에 특별한 능력이 있거나 운이 좋은 투자자라면 1년에 50%, 100%의 수익을 낼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양 대표는 "정기예금 금리를 연 3%대로 본다면 펀드를 비롯한 기타 투자 상품으로 정기예금의 두 배, 세 배 정도 수익을 냈다면 성공한 것"이라며 "수익률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투자에 임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셋째, 꾸준히 투자하는 것이다. 투자자 스스로 마켓 타이밍을 노려 투자하는 것은 쉽지 않으므로, 포트폴리오의 비중을 조절해가면서 꾸준히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양 대표는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비율을 조절하면서 자산관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예컨대 예금과 펀드, 펀드 중에선 주식형과 채권형 등의 비율을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절하면서 꾸준히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블랙록의 차별화된 펀드들

블랙록자산운용이 국내에 설정한 펀드 가운데 가장 핵심이 되는 펀드는 '글로벌 자산배분펀드'다. 이 펀드의 변동성은 주식형과 채권형의 중간 수준이다. 편입된 종목은 약 800개 정도로 미국과 미국 외 국가에 6대 4의 비율로 투자한다. 지난 9월30일 기준으로 1년간 수익률은 5.83%로, 정기예금 금리의 두 배 수준이다.

이밖에 블랙록자산운용의 펀드는 크게 원자재 관련 주식형펀드와 이머징 및 채권 펀드 두 가지로 분류된다.

블랙록자산운용이 운용하고 있는 원자재펀드는 5가지다. 블랙록자산운용의 펀드 중 규모가 가장 큰 '월드광업주펀드'를 비롯해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월드골드펀드'가 눈에 띈다. 이와 함께 '월드에너지펀드' '뉴에너지펀드' '월드애그리컬쳐펀드' 를 운용하고 있다.

이머징 및 채권 펀드로는 '중남미펀드' '이머징유럽펀드' '차이나펀드' '미국달러 하이일드채권펀드' '아시아타이거 채권펀드' 등이 있다.

양성락 대표는 "블랙록자산운용이 원자재에 특화된 것으로 인식하기도 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며 "운용이 쉽지 않은 원자재펀드를 다섯 가지나 운용하고 있는데다 운용팀 내에 지질학자가 최소 5명이 있을 정도로 강점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핵심펀드는 분명 '글로벌 자산배분펀드'로, 자산의 절반은 이 펀드에 투자할 것을 권한다. 기타 자금은 원자재를 비롯한 다른 펀드들에 분산한다면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대표는 조만간 국내펀드도 출시하겠다는 각오도 내비쳤다. 그는 "국내펀드 출시를 조심스럽게 준비 중이고, 1~2년 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의 주식형펀드를 글로벌 주식시장에도 내놓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양 대표는 "많은 분들이 외국계 자산운용사에 대해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고 있는데, 순기능에 대해서도 생각해줬으면 한다"며 "국내에선 접근할 수 없는 해외의 좋은 상품에도 투자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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