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 돌연 출국...국감 회피용?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정진우 기자 | 2010.10.12 18:22

지난해 종합검사 당시 차명계좌 관련 확인서 제출 거부..."오만하다" 반응도

라응찬 회장이 여야의 국감 증인 채택에 앞서 돌연 출국함으로써 라 회장이 금융당국의 중징계 방침에 충실히 소명하고 조직을 추스를 것이란 신한지주 안팎의 기대가 보기 좋게 빗나간 때문이다.

정황상 라 회장이 재입국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번 출국을 국감 회피용이라고 보는 데서 오는 판단이다.

신한지주 측은 금감원 통보로 일정을 취소했던 해외 기업설명회(IR)를 다시 이어가기 위해서라고 출국 이유를 밝혔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라 회장은 오는 27일 귀국 예정이다. 그 전에 국정감사는 모두 끝이 난다. '전략상으로 IR이 매우 중요할 수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석연치 않다'는 얘기다.

라 회장의 불출석 시 국회는 고발조치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 전에 출석을 강제할 방법은 없다. 출석이 어려울 경우 국감 증인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도록 돼 있다.

신한지주는 종합국감 전날인 21일 사유서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여야가 합의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하더라도 22일 당일 해외에 있는 라 회장을 구인하기는 어렵다. 라 회장이 이를 미리 알고 도피했으리라는 심증이 드는 이유다.

라 회장의 국감 출석 여부에 대해 신한지주 측은 입장을 따로 내놓지 않고 있다. 미국에 도착한 라 회장이 심신을 추스르고 난 뒤 결정할 문제라는 얘기다.

한편 라 회장의 차명계좌를 관리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 행장은 22일 정무위 종합국감에 출석이 예정돼 있다. 이 행장은 라 회장이 출국한 직후인 전날 밤 해외 출장 일정을 하루 단축해 돌아왔다.

라 회장에 대한 당국의 이번 중징계 방침에는 소위 '신한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게 금융권의 해석이다. 그러나 라 회장은 '조직을 위해 당분간 사퇴는 어렵다'며 의혹에 대한 변명만 한 채 해외로 나갔다.

안정적 경영권 이양을 위해 최소한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라도 머물게 해달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내릴 경우 경영공백의 책임을 금감원에 물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더해 각종 의혹을 해명하라는 국회 정무위의 요구마저 외면, 이번 일에 대해 충실히 소명하거나 해명할 생각이 없다는 평가다.

각종 의혹에 대한 라 회장의 해명도 충분치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명계좌 존재를 알았고, 관행이었음을 실토하면서도 본인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해 책임을 비껴갔다.

라 회장이 이처럼 쉽게 출국할 수 있었던 데는 금감원의 소극적인 태도도 한몫을 했다는 지적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5월 금감원 종합검사 당시 차명계좌와 관련한 확인서 제출을 거부하는 등 금융당국 조사에 성실히 응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오만하다', '금융당국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등 신한지주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금융권에서 "이럴 거면 차라리 언론 발표를 하지 않는 편이 나을 뻔 했다, 잠깐 올 거면 왜 왔나"고 꼬집을 정도다.

신한 내부에서도 많은 말이 나온다. 조직 안정을 우선시 한다는 '회장님'이 자리를 갑자기 비워 쓸데없는 비판을 받을까 하는 우려다. 신한금융그룹 한 계열사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라 회장에 대한 의혹이 계속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소명하러 온 줄 알았는데 또 갑자기 자리를 비우면 어떻게 하나, 이럴수록 조직은 더욱 불안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신한은행의 한 직원은 "이번 사태에 대해 많은 직원은 이제 무덤덤한 상태인데 회장을 비롯해 경영진이 계속 언론에 나와 혼란스럽다"며 "회장이 그만둔다고 한들 조직이 쉽게 흔들리겠냐"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이미 시스템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누가 그만둔다고 해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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