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조합원 분양보다 일반분양 우선 '왜'?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 2010.10.14 07:57

[부동산X파일]

서울시내 뉴타운에 위치한 A재개발 조합이 조합원 동·호수 추첨 전에 일반분양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상 조합원에게 좋은 동과 층수를 먼저 배정하는 게 관례지만 시장침체, 사업지연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해소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A재개발 조합은 올 초에도 조합설립 무효판결을 받은 후 일반분양을 강행키로 해 논란이 됐었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으며 만약 2심에서도 조합이 패소하면 분양 자체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철거가 대부분 진행된 상태여서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란 기대감에 조합은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조합 한 관계자는 "아직 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아 분양할 수 있을지 확실치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조합이 승소하면 조합원 추첨 이전에 일반분양부터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합이 일반분양을 서두르는 이유는 일정이 지체되면서 철거비와 이주비 등 금융비용이 발생, 손실이 커져서다. 따라서 우선 일반분양으로 들어온 수입금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복안이다.

부동산시장 침체로 분양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도 이유다. 또다른 조합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로열동, 층수를 가져가더라도 지불할 계약금이 모자라 차라리 좋은 층수를 비싼 가격에 일반분양해 손익을 맞추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은 재개발에 대한 투자 메리트가 떨어졌음을 반증하는 사례다. 하반기 금리인상, 소송으로 인한 사업지연 등으로 서울시내 재개발 지분에 대한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지난 5월 동·호수 추첨을 끝낸 인근 B재개발 사업장의 경우 로열층 입주권이 분양권보다 싸게 나오는 가격 역전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출이자부담, 수익 불투명으로 조합원들이 포기매물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A재개발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봄 프리미엄이 2억1000만원까지 올랐는데 지금은 이보다 4000만~5000만원 낮은 가격에 급매물이 나와도 거래가 안된다"고 말했다.

현재 A재개발 조합 105㎡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 조합원 매물의 경우 감정가 2억2700만원에 프리미엄 1억7000만원을 더해 매매가 3억97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와 있다.

한 중개업자는 "초기 투자금 3억원 중반이면 A조합 입주시까지 총 6억~6억5000만원이 든다"며 "B조합의 중소형 분양가가 3.3㎡당 1900만원 대인 것과 비교할 때 1구역도 조합원 입주권과 분양가간 차이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A조합은 전용 52~148㎡ 1702가구 중 35%인 600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이달 분양을 앞둔 인근은 지상 7층짜리 아파트 84㎡와 25층 아파트의 1층~13층까지 일반분양으로 배정했다. A조합의 경우 청약자들의 선택폭이 넓어질 수 있다. 하지만 조합원 반대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어서 일반분양부터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이 조합 한 조합원은 "지금까지 어떤 재개발사업장에서도 일반분양을 먼저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로열층 메리트만 믿고 사업을 추진한 조합원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보물이 와르르' 서울 한복판서 감탄…400살 건물 뜯어보니[르포]
  2. 2 '공황 탓 뺑소니' 김호중…두달전 "야한 생각으로 공황장애 극복"
  3. 3 김호중 팬클럽 기부금 거절당했다…"곤혹스러워, 50만원 반환"
  4. 4 생활고 호소하던 김호중… 트롯 전향 4년만 '3억대 벤틀리' 뺑소니
  5. 5 "사람 안 바뀐다"…김호중 과거 불법도박·데이트폭력 재조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