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등급' 부도나고, 'D등급' 살아나고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 2010.10.12 17:28

채권은행, 구조조정 신용평가 논란… 신용평가기법 보완 필요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채권은행 신용위험평가의 '신뢰성'이 도마에 오른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09년 1, 2차 건설사 구조조정 당시 'B등급'을 받았지만 결국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신창건설과 현진건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두 건설사는 당시 채권단 신용평가에서 '일시적 유동성 부족' 기업으로 분류돼 B등급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신창건설과 현진건설은 심각한 자금난으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재무 구조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공인'한 채권은행들이 머쓱해지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올해 기업 구조조정에 착수하면서 은행권에 부실 평가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며 합리적인 신용평가를 독려했다. 그러나 올해도 채권은행들의 부실 구조조정 잣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월 기업 구조조정에서 C등급을 받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대상으로 선정된 미주제강과 성원파이프. 성원파이프는 지난 달 주채권은행인 농협중앙회 대출금 20억원을 상환하는 등 신용대출금 120억원을 모두 갚았다. 미주제강도 조만간 은행 빚을 모두 상환할 계획이다.

미주제강 관계자는 "구조조정 당시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것일 뿐이라는 점을 주채권은행에 설명하고 '워크아웃' 대상에 포함된 데 대한 부당함을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개별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평가 시점의 부채비율이나 현금흐름 등 형식적 평가 기준이 획일적으로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워크아웃 대상으로 C등급을 받았지만 부도 위기에 몰려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기업들도 있다. 청구와 톰보이, 티앤엑스중공업 등은 올해 채권단 신용평가에서 C등급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결국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거래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의 퇴출되면 손실이 날 것을 우려해 부실하게 평가한 면이 없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건설 사례는 획일적인 채권은행 신용평가의 적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극명한 실례가 되고 있다. 올해 구조조정에서 퇴출 판정(D등급)을 받은 기업이 자체 경영 정상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대선건설의 경우 여신 대부분에 대주주의 예금이 담보로 잡혀 있어 상시 신용위험 평가 대상에 올려야 하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며 "주채권은행이 금융당국과 협의해 D등급으로 결론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적인 상황이라면 대선건설은 신용위험평가에서 제외하는 게 맞다"는 견해를 밝혔다.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매출이 14억원에 불과한 대선건설이 958억원의 대출을 갖고 있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었으므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평가 기준에 맞게 등급을 매겼을 뿐이라는 것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기촉법상 기업에 신용평가 등급을 매길 때엔 채권은행 전체의 3/4(금액 기준)이 동의를 해야 하는데 타 채권은행들도 대선건설에 대한 평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평가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면 대선건설도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의 구조조정 신용평가 기법으론 개별 기업에 대해 정확한 신용위험평가를 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협의해 제도적 보완책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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