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금융감독원이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통보한 상황이어서 금융실명제 위반과 관련된 문제를 충분히 소명하지 못할 경우 라 회장의 바람은 희망사항으로 끝날 수도 있다.
라 회장이 이날 공식적으로 입장을 표명한 것은 지난 9월2일 이후 이어져 온 '신한사태' 이후 처음이다. 라 회장이 갑자기 입을 연 데는 그만큼 신한지주를 둘러싼 상황이 긴박했다는 분석이다. 앞서 라 회장은 지난 7일 금융감독원이 차명계좌 개설 관여 등 실명제법 위반을 이유로 중징계 방침을 통보하자 해외 출장길에서 서둘러 귀국했다. 당초 일정을 20일 가까이 당기면서다.
주말 새 라 회장은 측근들을 긴급소집, 대책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과 12일 각각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국정감사를 앞둔 민감한 시점이었다. 이번 국감은 '라응찬' 국감이 될 수밖에 없고 이에 앞서 입장을 적극적으로 표명, 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속내로 풀이된다.
이날 포토타임에서 라 회장이 남긴 메시지는 크게 2가지다. 각종 혐의는 부인했고, 거취는 고민 중이지만 내년 3월까지는 회장직 유지를 원한다는 것이다. 4연임 중인 라 회장의 임기는 2013년 3월까지다.
라 회장이 이날 "조직안정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군가는 수습을 해야 하지 않겠나"며 신사장 등과의 동반 퇴진 가능성을 부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라 회장은 아울러 이번 사태를 불러온 각종 의혹들에 대해서는 혐의를 부인했다. 그동안은 '당국의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 뭐라 말하기 어렵다'며 입장을 밝히길 꺼렸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이희건 명예회장 자문료 15억원 중 5억원 사용 의혹에 대해서는 "신상훈 사장이 뭐라 하는지 모르지만 저하고는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금감원에서 중징계 통보를 받은 차명계좌 개설 혐의(실명제법 위반)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몰랐다는 답변했다.
또 이번에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 방침을 통보받은 차명계좌 개설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는 침묵하며 답변하지 않았다.
라 회장에 대한 금감원 최종 징계는 다음 달 확정된다. 직무정지의 경우 퇴진이 불가피하지만 문책성 경고라면 주총까지 회장직 유지가 가능하다. 얼마나 징계수위를 낮출 수 있느냐는 신한지주 측이 오는 18일까지의 소명기한 중 얼마나 잘 금감원을 설득하느냐에 달려 있다.
희망대로 라 회장이 내년 3월 주총까지 회장직을 유지, 후계 구도를 만들고 퇴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와 검찰조사 등이 변수로 남아 있고 그룹 안팎의 사퇴 압력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이백순 신한은행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높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미 라 회장의 1000여개 차명계좌를 이 행장이 관리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벌써 하마평이 나온다. 이재우 신한카드 사장을 비롯해 서진원 신한생명 사장, 이휴원 신한금융투자 사장, 이인호 전 신한지주 사장(현 고문), 홍성균 전 신한카드 사장 등 그룹 전·현직 임원이 직무대행 또는 후임 후보로 거론된다. 비대위장을 맡은 최범수 신한지주 부사장도 최근 후보군에 이름이 올랐다.
사외이사 중에서는 류시열 신한지주 비상근이사가, 외부 인물로는 김병주 신한-조흥 통합위원장(서강대 명예교수)과 김석동 전 재정경제부 차관 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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