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 회장, 중징계 통보에도 "당분간 사퇴없다"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정진우 기자 | 2010.10.11 16:51

"조직안정 위해 내년 3월까지 CEO유지" 실현될까?

언론에 잘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라응찬 신한금융그룹(신한지주) 회장이 11일 언론포토타임을 자청하고 당분간 자진사퇴는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조직 안정과 발전'을 위해 적어도 주주총회가 열리는 내년 3월까지 최고경영자(CEO) 직을 유지하기 바란다는 희망도 피력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통보한 상황이어서 금융실명제 위반과 관련된 문제를 충분히 소명하지 못할 경우 라 회장의 바람은 희망사항으로 끝날 수도 있다.

라 회장이 이날 공식적으로 입장을 표명한 것은 지난 9월2일 이후 이어져 온 '신한사태' 이후 처음이다. 라 회장이 갑자기 입을 연 데는 그만큼 신한지주를 둘러싼 상황이 긴박했다는 분석이다. 앞서 라 회장은 지난 7일 금융감독원이 차명계좌 개설 관여 등 실명제법 위반을 이유로 중징계 방침을 통보하자 해외 출장길에서 서둘러 귀국했다. 당초 일정을 20일 가까이 당기면서다.

주말 새 라 회장은 측근들을 긴급소집, 대책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과 12일 각각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국정감사를 앞둔 민감한 시점이었다. 이번 국감은 '라응찬' 국감이 될 수밖에 없고 이에 앞서 입장을 적극적으로 표명, 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속내로 풀이된다.

이날 포토타임에서 라 회장이 남긴 메시지는 크게 2가지다. 각종 혐의는 부인했고, 거취는 고민 중이지만 내년 3월까지는 회장직 유지를 원한다는 것이다. 4연임 중인 라 회장의 임기는 2013년 3월까지다.

라 회장이 이날 "조직안정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군가는 수습을 해야 하지 않겠나"며 신사장 등과의 동반 퇴진 가능성을 부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라 회장은 아울러 이번 사태를 불러온 각종 의혹들에 대해서는 혐의를 부인했다. 그동안은 '당국의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 뭐라 말하기 어렵다'며 입장을 밝히길 꺼렸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이희건 명예회장 자문료 15억원 중 5억원 사용 의혹에 대해서는 "신상훈 사장이 뭐라 하는지 모르지만 저하고는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금감원에서 중징계 통보를 받은 차명계좌 개설 혐의(실명제법 위반)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몰랐다는 답변했다.

또 이번에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 방침을 통보받은 차명계좌 개설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는 침묵하며 답변하지 않았다.

라 회장에 대한 금감원 최종 징계는 다음 달 확정된다. 직무정지의 경우 퇴진이 불가피하지만 문책성 경고라면 주총까지 회장직 유지가 가능하다. 얼마나 징계수위를 낮출 수 있느냐는 신한지주 측이 오는 18일까지의 소명기한 중 얼마나 잘 금감원을 설득하느냐에 달려 있다.

희망대로 라 회장이 내년 3월 주총까지 회장직을 유지, 후계 구도를 만들고 퇴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와 검찰조사 등이 변수로 남아 있고 그룹 안팎의 사퇴 압력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이백순 신한은행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높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미 라 회장의 1000여개 차명계좌를 이 행장이 관리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벌써 하마평이 나온다. 이재우 신한카드 사장을 비롯해 서진원 신한생명 사장, 이휴원 신한금융투자 사장, 이인호 전 신한지주 사장(현 고문), 홍성균 전 신한카드 사장 등 그룹 전·현직 임원이 직무대행 또는 후임 후보로 거론된다. 비대위장을 맡은 최범수 신한지주 부사장도 최근 후보군에 이름이 올랐다.

사외이사 중에서는 류시열 신한지주 비상근이사가, 외부 인물로는 김병주 신한-조흥 통합위원장(서강대 명예교수)과 김석동 전 재정경제부 차관 등이 거론된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2. 2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3. 3 1년 전 문 닫은 동물원서 사육사 시신 발견…옆엔 냄비와 옷이
  4. 4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5. 5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