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회장, 직원들에게 한 말씀 부탁하자 "..."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 2010.10.11 10:24
서울 도심에 안개가 가득 낀 11일 오전 8시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 1층 로비. 라응찬 신한금융그룹(신한지주) 회장의 출근길 인터뷰를 담기 위해 수 십 명의 언론사 취재진이 모여 있었다. 은행 측 청경 수십 명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모여 있었고, 라 회장의 출근길 동선에 맞춰 서 있었다.

뿌옇게 흐린 날씨처럼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신한사태'는 금융감독원의 라 회장에 대한 중징계 통보로 새로운 국면을 맞은 상태. 라 회장은 이날 출근길에 잠시 언론에 현재 심경 등을 밝힐 예정이었다.

본점 6층 대회의실에선 오전 8시부터 '10월 리테일부문 전국 부서장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담당 부서장들은 담담한 표정으로 회의실로 들어섰고, 심정이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엔 묵묵부답이었다.

출근길 직원들은 은행 로비에 수 십 명의 취재진이 보이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일부 직원들은 "또 시끄러울 것 같다"며 울상을 지었다. 본점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9월 중순 이사회가 열릴 때도 여기서 정말 시끄러웠는데 그게 그대로 신문과 방송에 나가더라"며 "좋지도 않은 일로 은행이 매스컴에 나오고 있는데 이제 좀 그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업무가 시작되기 직전인 오전 8시50분쯤 본점 옆 흡연공간에선 본점 직원들이 삼삼오오 담배를 피우며 이번 사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한 직원은 "나도 그렇고 대부분 직원들은 이제 담담해진 것 같다"며 "더 이상 시끄럽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이번 사태의 진실을 누가 알겠냐"며 "직원들도 지칠 대로 지쳤는데, 하루빨리 조용해졌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라 회장 출근 시간이 임박할 때쯤 로비에서 만난 신한은행 한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영업이랑 전혀 다른 문제다"며 "늘 그래왔지만 우리는 우리 할 일만 제대로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지난 30년간 숱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전 9시15분. 라 회장이 타고 있는 검정색 세단이 들어왔다. 라응찬 신한금융그룹(신한지주) 회장이 내리자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라 회장은 카메라 앞에서 정중한 자세로 기자들의 질문에 하나하나 답했다. 간혹 씁쓸한 웃음을 보였지만, 시종 여유 있는 모습으로 질문에 차근차근 대답했다. 목소리는 작아 잘 들리지 않았다.

라 회장은 거취를 결정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조직 안정과 발전을 위해 설득하면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지금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실명제법 위반 등 혐의 인정에 대해 "그런 것에 대해 상세한 자료를 제출하고 있다"며 "감독원이 나중에 판단하지 않겠나"고 말해 사실상 부정했다.

그는 이밖에 차명계좌에 대해선 "예전에 했던 게, 부하 직원에 시킨 게 습관적으로 저도 모르는 사이에 계속 이어져왔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지만, 곧바로 신한지주 관계자가 "차명계좌 관리가 아니라 자금관리를 맡겼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자들이 마지막으로 직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부탁하자 라 회장은 별 말없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서둘러 자리를 마쳤다. 라 회장은 약 5분 정도 진행된 기자회견이 끝난 후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16층 집무실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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