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전문의가 본 '살빼는 약' 퇴출 사태

머니투데이 윤장봉 대한비만체형학회 공보이사 | 2010.10.11 09:55
지금 독자 여러분께서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으신 뉴스는 어떤 것입니까?

팽팽한 명승부전을 펼치고 있는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부산 국제 영화제의 레드 카펫위의 드레스 열전들? 죽음을 맞은 황장엽?

각자 관심사가 다 다르겠지만, 지금 저의 초유의 관심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의해 ‘시부트라민’이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시부트라민’은 ‘비만치료제’로서 가장 많이, 가장 널리 사용된 약물입니다. 더구나 여러 가지 비만치료제 중에서 가장 안전한 약물인 것으로 소개됐고, 그 안전성으로 말미암아 많은 처방건수를 기록한 약품입니다.

그런데 최근 유럽 의약청에서 심혈관 장애를 가진 비만 환자에서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최근 논문에 따르면 이미 기존 심혈관 장애를 가진 환자에서는 약간의 뇌졸중이나 심근 경색을 유발하기는 하지만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보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FDA에서는 제조사인 애보트에게 판매 철회를 권고했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건강상태를 가지고 있는 비만 환자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는 이전의 연구 때문에 경고문구가 강화되는 정도로 예상했던 비만 치료 의사들에게 큰 충격을 주는 사건입니다.

아마 크게 두 가지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이전의 경험과 현재의 사태겠죠.

이전의 경험이라 함은 펜플루라민(Fenfluramine) 사태일 겁니다. 1973년 펜플루라민이 비만 치료제로 등장했을 때는 그렇게 비만 시장에서 반갑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펜터민과 펜플루라민을 섞어서 사용하게 되면 식욕억제가 아주 강하게 일어나서 체중을 아주 잘 줄인다는 보고가 등장하면서 1990년대 비만 약물 시장에서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1997년 미국 메이요 클리닉 연구 결과, 펜플루라민과 펜터민을 섞어서 복용한 (이른바 펜-펜 요법) 환자들 중 24명이 심장 판막에 이상이 생겼다는 보고를 하면서 1997년 9월 FDA에서는 제조 금지 및 판매 금지를 단행합니다. 과거의 경험이 이번 사태에 영향을 주었을 겁니다.

현재의 사태라 함은 현재 ‘비만 치료제’가 ‘비만’인 보다는 일반인에서 ‘다이어트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향이 높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참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물론 약물을 사용하기 보다는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체중을 줄여 나가는 것이 옳은 일입니다. 그런데 현재 사회는 그런 개인의 노력이 불가능하도록 시간을 짜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이어트 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 건강상태에 이상이 있는 '비만인' 보다는 체중이 그렇게 많지 않고, 건강 상태가 정상적인 '일반인'에 사용하는 것이 그렇게 위험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전문가들도 많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일반적인 질병에 사용되는 약품보다는 ‘비만’에 사용되는 약품은 좀 더 안전성에 초점을 집중해야 해 이런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안전한 비만 치료제'라는 것은 이렇게나 어렵습니다. 하지만 관심을 가지고 봐야 될 것은 법적, 의학적 테두리 내에서는 많은 연구와 논문을 통해서 어느 정도 입증됐다고 생각되는 약품마저 조금의 의혹이 있다면 가차 없이 시장에서 퇴출시킨다는 것입니다.

결국 법적·의학적 테두리를 벗어나 일반인들 사이에서 횡행하는 수많은 방법들은 과연 누가 감시하고 감독할 것인지 다시금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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