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위기설]"중견건설사들 얼마나 어렵길래…"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 2010.10.11 07:07

한계기업 시장퇴출 시나리오 전망

건설업계에 '11월 위기설'이 번지고 있다. 지난 6월 위기설로 인해 3차 건설사 구조조정이 단행된 점을 감안하면 또다시 구조조정 파고가 몰려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만 종전까지는 채권단이 위기 징후기업에 대해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방식이었지만 이번에는 한계 건설기업이 시장에서 자동 퇴출되는 구조가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얼마나 어렵기에 위기설 또 나오나
건설업계에 불고 있는 11월 위기설은 신규 수주 급감, 부동산시장 침체로 인한 신규분양 중단,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화 가능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 부동산시장 이후 가장 중요한 먹거리가 된 공공공사의 경우 건설업체들의 목표대비 수주실적이 3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가 지난 8월 말까지의 발주공사와 수주업체를 분석한 수주 누적데이터에 따르면 1위부터 10위 건설사들의 수주실적은 35%에 불과하다.

11~30위권 건설사들은 30%, 30위권 이후는 20%대에 불과할 정도로 중견건설사들의 수주난이 심각하다. 실제 20위권 건설사 중 상당수가 1000억~2000억원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사업은 더 심각하다. 부동산시장 침체로 신규분양시장이 개점 휴업상태에 빠지면서 81개 한국주택협회 회원사의 절반인 40여개 건설사가 올해 한건의 분양사업도 진행하지 못했다.

주택건설사가 아파트를 건설하지 않는다는 것은 본업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신규사업이 전무한 상황에서 상당수의 건설사들이 진행 중인 사업장에서 매출을 일으키고 있지만 완공이 다가오면서 더이상 매출을 올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행사 부도로 지급보증 사업장에 대한 채무인수가 늘어나는 것도 부정적이다.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시행사로부터 분양사업을 수주하면서 시행사를 대신해 PF를 조달하면서 책임준공과 지급보증을 맡는다.

부동산경기가 좋다면 문제가 없지만 경기가 곤두박질치고 있고 시행사들의 존립기반이 위태로워지면서 지급보증 PF의 채무 인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서울시에 따르면 2007년 1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762개 부동산개발업체 중 18.6%에 달하는 142개 업체가 폐업이나 등록취소됐다.

시행사 부도로 금융기관의 대손충당금 설정에 따른 채무인수 요구가 빈발해지면 유동성을 압박하고 부채비율이 올라가게 된다. 여기에 채무를 인수하도라도 땅 매각이 쉽지 않고 부동산경기 침체로 사업 추진도 불분명해 골칫덩어리가 될 수밖에 없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8.29대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인데다 분양을 할수록 부실만 늘고 유동성 부족을 가중시키고 있어 향후 분양시장 전망도 부정적"이라며 "내년 상반기를 전후로 주택 대기수요가 구매로 이어질 지가 건설사 회복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계기업, 시장에서 자동퇴출?
11월 위기설의 배경은 그동안 건설·부동산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일단 버티고 보자'로 돌아선 건설업체들이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건설·부동산경기가 최악이었고 앞으로도 나아질 전망이 없기 때문에 더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 향후 건설·부동산시장 전망도 부정적이다. 우선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라는 악재가 남아있다. 경기 회복의 여파로 출구전략이 본격화되면서 경기부양용 건설사업 축소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 지난 2007년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전에 밀어내기 분양에 나섰던 아파트의 입주가 다고오고 있지만 대규모 미입주 사태가 예고되면서 유동성 부실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일한 민간 수주사업이었던 재개발재건축사업도 이달부터 공공관리자제로 전환되면서 수주물량이 급감할 전망이다.

내년 공공공사 발주물량이 급감하는 것도 악재다. 국토해양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 건설투자예산은 23조4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000억원 줄었고 신규사업 예산은 전무하다. 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공공공사 발주물량이 두자릿수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형건설사들의 경우 3년 이상의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고 해외건설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고 있어 위기설에서 멀어져있지만 공공공사와 주택사업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건설사들은 심각한 위기일 수밖에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등 출구전략이 본격적으로 실행되면 건설사들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며 "8.29주택거래활성화대책의 효과가 시장에 어느 정도의 파급효과를 보일 것일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특히 11월 위기설로 인해 정부와 채권은행단이 또다시 건설사 구조조정을 단행할 지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채권단을 중심으로 건설사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 (구조조정을) 더욱 강화하겠다"며 "(추가적인) 건설사 구조조정 문제를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정부부처간 건설사 구조조정에 대해 협의 중인 것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 및 채권은행단 주도의 인위적 구조조정보다는 한계기업이 스스로 시장에서 퇴출되는 구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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