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춘號' 용산역세권사업 순항할까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 2010.10.13 11:59

[머니위크]선장 바꾼 용산역세권 사업

'위기극복 전문 CEO'로 유명한 박해춘(62·사진)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사면초가에 빠진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구원투수'로 본격 나서면서 앞으로 사업이 순항할 수 있을지 향배가 주목된다.

사업시행자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주식회사(이하 드림허브)는 지난 7일 오전 긴급이사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박 전 이사장을 자산관리위탁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의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했다. 이로써 용산역세권개발에 파견됐던 이원익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한 삼성물산 측 임직원 14명은 경영권을 반납하고 철수하게 됐다.

이에 앞서 지난 1일 롯데관광개발은 삼성물산의 용산역세권개발 지분 45.1%(27만600주)를 전량 인수해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처분 단가는 주당 7111원으로 총 19억2423만6600원 규모다.

이로써 종전까지 삼성물산과 코레일에 이어 3대 주주였던 롯데관광개발은 용산역세권개발 보유 지분을 70.1%까지 늘리게 돼 최대주주로 떠오르면서 사업의 주도권을 얻게 됐다. 특히 이번 롯데관광의 지분 인수는 용산역세권사업이 시공사가 아닌 '디벨로퍼' 중심으로 옮겨가는 과정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처럼 CEO와 최대주주가 전격 교체되면서 좌초 위기에 몰렸던 용산역세권사업이 분위기 전환을 통해 본궤도에 안착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해결사 박해춘, "용산에 여생을 바치겠다"

박해춘 회장은 7일 취임식 이후 곧바로 공식 업무에 돌입했다. 박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용산사업의 성공은 나의 마지막 소명"이라며 "36년간 금융권에서 수많은 위기극복을 통해 얻은 노하우와 경험을 남김없이 이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쏟아 부을 것"이라고 강한 각오를 보였다.

그동안 용산역세권사업은 삼성물산 등 기존 건설투자자들의 지급보증 거부로 자금조달에 실패하면서 사업이 전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사업이 무산되거나 장기 표류할 경우 1조원대의 투자 손실을 뛰어넘는 경제·사회적인 악영향이 미칠 우려가 높다는 게 드림허브 측 설명이다.

이사회의 한 관계자는 "여러 주요 출자사들은 31조원 규모의 국가적 프로젝트를 이끌어갈 역량 있는 CEO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며 "이런 공감대 속에서 삼고초려의 심정으로 박 전 회장을 영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서울보증보험을 시작으로 LG카드와 우리은행에 이르기까지 보험·카드·은행 등 3대 금융 분야의 CEO를 모두 역임하며 '금융계 트리플크라운'을 기록한 대표적 스타 CEO다. 위기를 겪었던 서울보증보험과 LG카드, 그리고 국민연금관리공단을 극적으로 살려내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며 발군의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디벨로퍼'로 본격 변신한 박 회장은 '금융'에서 새로운 길을 찾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부동자금이 넘치고 있는 세계 금융시장의 흐름을 기회로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우선 타깃은 중국·홍콩·싱가포르 등 아시아계 자본이다.

박 회장은 "한국의 알짜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중국·홍콩·싱가포르 등 해외자금을 적극 유치하겠다"며 "국내외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유망 부동산사업에 투자하고 이익을 되돌려주는 리츠 상품이나 사모펀드를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드림허브는 시설별로 특화된 매각전략을 마련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첨단 금융기법 등을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재무적투자자·기관투자자·임차인·개인투자자 등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개발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선진국형 '딜 스트럭처'(Deal Structure)도 개발키로 했다.

박 회장은 "세계 어느 도시를 둘러봐도 용산만큼 천혜의 입지 여건과 상징성을 가진 곳은 없다"며 "용산을 세계적인 명소로 만드는 데 여생을 바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드림허브, "'CEO 프리미엄 앞세워 난관 돌파"

다만 상황이 녹록치 만은 않다. 드림허브가 신규 건설투자자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건설사들이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과 사업성 우려 등의 이유로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드림허브는 오는 29일 새로운 건설투자자 공모를 마감한 뒤 다음달 5일 신규 투자자들을 선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건설사들은 자금조달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사업성 확보를 위해 용적률 확대와 땅값 인하 등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역세권의 용적률과 건폐율을 대폭 상향조정할 수 있도록 한 '역세권 개발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통과되면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지 눈길을 끈다. 시행령 시행으로 역세권 주변은 건폐율과 용적률을 해당 용도지역 건폐율·용적률의 1.5배까지 상향 조정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도시개발법'에 따른 도시개발사업 방식으로 추진돼 왔던 용산역세권사업도 일단 역세권 개발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자격'은 갖췄다. 용적률과 건폐율이 개선되면 수익성이 높아져 드림허브로선 호재다. 업계에선 역세권개발 방식을 도입할 경우 현재 608%인 용적률이 800%선까지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도시개발사업구역 지정을 철회하고 새로 역세권개발구역으로 지정 받아 추진하는 데 적극적인 편은 아니다. 사업방식을 변경키 위해선 '주민동의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기 때문. 그동안 용산역세권 사업은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반대 여론이 거세 겨우 동의를 얻어냈는데 원점으로 되돌릴 경우 주민들이 동의를 해 줄 지 확신할 수 없어서다. 오히려 사업이 다시 좌초위기를 맞을 수 있는 '리스크'가 큰 셈이다. 서울시도 이 사업의 용적률 상향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인 점도 어려움을 더해주고 있다.

드림허브 관계자는 "'CEO 프리미엄'으로 신뢰도가 높아진 상태"라며 "앞으로 자금유동화 계획 등이 현실화되면 지급보증 리스크가 줄어 건설사들도 사업 참여에 태도 변화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LG CNS의 참여도 사업의 변수로 작용할지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달 14일 드림허브 이사회는 5000억원 규모의 빌딩정보시스템 구축사업에 삼성SDS 대신 이 업체를 참여시키기로 했다. LG계열사가 용산역세권개발의 사업체로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향후 사업 진행 상황에 따라 LG그룹이 용산개발사업에 전면적으로 뛰어들어 '전통의 라이벌' 삼성의 입지를 대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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