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PF지뢰속' PF연체 '0'…비결 뭐기에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 2010.10.06 07:03

남과 거꾸로 하는 청개구리 투자가 비결

"남들이 몰려들 때는 돌다리도 두드렸고 남들이 다 떠난 후에는 탄탄한 철제 교각을 조심조심 건넜습니다."

금융위기와 부동산 경기침체로 금융계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연체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지만 청개구리 투자원칙을 철저히 고수한 교보생명은 연체 '0'원으로 탁월한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5일 금융계에 따르면 6월말 기준으로 PF대출 부실화가 심각한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12%로 두자리 수에 이른다. 보험사의 연체율도 7.9%나 되고 상대적으로 낮은 은행권도 역시 2.94%다.

하지만 교보생명의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은 제로(0)를 기록하고 있다. 교보생명을 포함한 생보 빅3의 경우 연체율이 1%를 밑돌지만 교보생명은 단연 독보적이다.

교보생명의 6월말 PF대출은 6112억원. 업계 전체규모(5조 7357억원)의 10%가 넘는 수치다. 하지만 이 중 연체액은 전혀 없다. 연체율 제로를 넘어서 연체액이 0원이다.

교보생명의 PF대출은 상대적으로 다른 곳보다 늦었다. 저축은행과 중소형 보험사들이 부동산 개발붐을 타고 2006 ~ 2007년 PF대출로 돈을 벌던 시기에는 오히려 외면해 차이를 보였다. 너도나도 돈을 투자하지 못해 안달했던 기업도시나 용산개발 등 공기업이나 국책사업의 PF대출에서도 한발 떨어져 있었다.

교보생명이 본격적으로 PF에 관심을 보인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직후부터였다. 경기침체로 주거용 주택에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차례로 적신호가 켜지던 그 시기였다. PF대출과 연계된 사업은 돈줄이 막히면서 공기가 늦춰졌고 연쇄적으로 금융사들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했다.

교보생명 김병렬 자산포트폴리오관리팀장은 "PF대출에 모두가 관심을 거둘 때 오히려 사업성이 검증되고 신용등급도 좋은 물건이 많이 나왔다"며 "이전에는 조심했지만 그때부터 돈이 되겠다는 판단이 섰다"고 밝혔다.


우량 물건이 나왔지만 이전부터 유지했던 리스크 관리 방식은 그대로 유지했다. 회사 내에 투자자산심사위원회, 자산운용협의회를 두고 투자 건마다 개별 심사를 했고 수익성을 강조하는 부서와 리스크 관리 부서에 힘의 균형을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수익률이 높다고 무조건 따라가지 않고, 보험사의 특성에 맞게 리스크를 먼저 따져보고 장기적 관점에서 자산을 운용하자고 독려하는 신창재 회장 등 CEO의 경영철학도 배어들었다.

실제로 신 회장의 이같은 신념을 바탕으로 교보생명은 관행처럼 내려오던 설계사들의 밀어내기 계약 등 '외형경쟁'에 종지부를 찍은 것으로 유명하다.

또 금융위기가 일어났던 2008년(회계년도)에는 탄탄한 리스크 관리와 위험자산의 조기회수 등으로 빅3를 포함해 생보사 중 순익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교보생명의 PF대출 시스템은 신창재식 시스템의 축소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전성이 높은 사회간접자본(SOC) 등 우량자산을 중심으로 투자한다는 투자 원칙도 고수했다. 실제로 회사의 수익에 기여도가 컸던 신공항고속도로, 외곽순환고속도로 등에 대한 투자가 성공적이었던 경험도 영향을 미쳤다. 2009년 이후 진행된 송도국제화단지나 광교지역 아파트 투자 등도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받았다. 영등포 지역의 대형 상업용 부동산인 타임스퀘어 투자도 강남이나 여의도같은 핵심 상권이 아니라는 우려 속에서도 사업성을 면밀히 검토해 성공했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교보생명의 PF대출 투자는 다시 조심스러워졌다. 지난해 말 6496억원이었던 자산 규모는 6월말까지 380억원 가량 줄었다.

김 팀장은 “대출은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즉각적인 대응도 중요하지만 부실징후가 드러나면 돌이킬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사전 심사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심사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2. 2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3. 3 1년 전 문 닫은 동물원서 사육사 시신 발견…옆엔 냄비와 옷이
  4. 4 우리 동네 공인중개사들은 벌써 느꼈다…"집값 4%대 하락"
  5. 5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