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서민대출 할당, 반발보다 반성을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 2010.10.04 08:29
"가뜩이나 저축할 돈도 없어 죽겠는데 금리 때문에 더 걱정이야"

얼마 전 만난 한 대학 친구의 하소연이다. 최근 은행 고객들의 심정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지난 8월과 9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후 시장금리는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예금금리도 갈수록 떨어져 은행 고객들의 이자소득은 줄었다. 반면, 대출금리 내림세는 상대적으로 더뎌 이자부담은 그대로다. 그렇다 보니 금융자산이 되레 줄어드는 현상까지 나타난다.

시중은행들은 어떨까. 고객들의 사정과는 정반대다. 예대금리차 확대로 은행 수익성은 오히려 나아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3분기 실적은 대손충당금(떼일 것에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돈) 부담을 빼면 선방했다"며 "2분기에 비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들에게 지급하는 이자비용은 적어졌지만 고객에게서 거둬들이는 이자수익은 상대적으로 덜 줄어든 덕이다.

지난 7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한 이후의 상황도 비슷했다. 지난 달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신규 기준 저축성 수신금리는 3.16%로 0.06%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대출 금리는 이보다 2배인 0.12%포인트나 올라 5.51%를 기록했다. 시장금리가 상승하건 하락하건 그 여파가 고스란히 은행 고객들의 손해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은행들은 항변한다. 부동산 등 경기침체로 돈을 빌려줄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어서 적극적으로 금리를 더 주고 예금 유치에 나설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은행들 간 대출 경쟁을 고려하면 대출 금리를 크게 낮추기도 어렵다고 은행들은 토로한다. 하지만 군색한 설명일 뿐이다. "기업 구조조정으로 연체가 늘고 대출도 안 되는 상황에서 수익성을 맞추려면 어쩔 수 없다"(한 시중은행 재무담당 직원)는 게 솔직한 답변이다.

최근 은행권에선 '영업이익 10% 서민대출 의무 할당' 도입 논란이 한창이다. 은행들은 서민금융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정치권의 압박에 마지못해 응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자율경영 및 수익성 훼손 등을 이유로 내심 불만이 많다. 서민대출 의무 할당 제도의 옳고 그름은 잠시 접어두자. 은행들은 왜 이런 요구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지 우선 반문해 봐야 한다. 서민대출 의무 할당에 반발하기에 앞서 '돈벌이'에만 급급하지 않았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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