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 월권논란…은행들 불만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오상헌 기자, 김지민 기자 | 2010.09.30 19:50

'은행과 사전 조율없이' 서민대출 할당제 정치권 요구 수용

'은행 영업이익 10% 서민대출 할당' 추진을 두고 은행권에서 전국은행연합회에 대한 '월권' 논란이 거세다. 연합회가 한나라당의 요구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정작 당사자인 은행과의 사전 조율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회원사의 이익과 권익 보호에 앞장서야 할 연합회가 은행들의 의사에 반해 정치권의 '포퓰리즘' 정책을 받아들였다고 비판하고 있다.

은행들이 이익의 일정 부분을 서민들에게 대출해줘야 한다는 주장은 지난 7월 한나라당 서민정책특위(위원장 홍준표 최고위원)에서 처음 나왔다. 특위는 은행의 공적 기능을 근거로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서민계층에 의무적으로 대출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만들겠다고 엄포를 놨다. 의무 비율 위반시 미달금액의 50% 이하를 과징금으로 부과하겠다고도 했다.

이후 은행권은 정부의 서민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연합회 내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새 서민대출 상품 개발 작업을 진행해 왔다. 제2금융권의 '햇살론'과 같은 서민대출 상품을 은행권에서도 내놔야 한다는 금융위원회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은행들은 두 달여의 작업 끝에 오는 11월께 기존 은행권 서민대출인 '희망홀씨'를 확대 개편한 '새희망홀씨대출'을 출시할 계획이다. 새 대출은 신용등급에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고 대출자의 연소득 기준도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확대해 수혜 범위를 넓힌 것이 특징이다. 아울러 금리를 낮추고 대출 한도는 확대된다.

문제는 지난 29일 불거졌다. 연합회가 한나라당의 줄기찬 요구에 굴복해 은행 영업이익의 10%를 매년 목표액으로 설정해 새희망홀씨대출에 활용하겠다고 합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신동규 은행연합회장은 홍준표 한나라당 서민정책특위 위원장을 만나 "새 서민금융 상품을 도입해 은행별로 전년 영업이익의 10% 수준에서 매년 대출 목표액을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한나라당이 요구했던 서민대출 의무비율 설정 요구를 수용한 셈이다.


연합회측은 "서민대출 의무 비율 할당 법제화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그러나 연합회가 회원사의 이익과 무관한 정치적 판단을 내렸다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고위 임원은 "은행들이 역마진을 감수하면서 금융당국의 요구에 따라 새로운 서민대출 상품을 준비 중인 상황에서 목표 대출액까지 할당된다면 경영 자율성 훼손은 물론 자산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회원사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연합회가 월권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은행들은 연합회가 한나라당 특위와 합의하는 과정의 절차에도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연합회로부터 사전에 어떤 내용도 전해 듣지 못 했다"며 "여당과 합의한 후 은행들에 사후 동의를 구하겠다고 하는데 일을 저질러 놓고 따라오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꼬집었다.

은행권에선 서민대출 의무비율 할당이 실제 시행될 경우 은행 주주들이 반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국책은행이 아닌 민간 시중은행의 영업행위를 규제하면 이익이 줄어들어 주주권을 침해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해외 투자자들에게 '관치금융' 이미지가 덧씌워질 경우 은행권의 대형 인수합병(M&A)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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