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은 강제대출?' 은행들 울상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오상헌 기자 | 2010.09.30 19:29

자산부실화..외인 주주 많은데-매각도 걸림돌

한나라당과 은행연합회가 은행 영업이익 10%를 서민금융 대출에 할당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돈 잘 버는' 은행이 서민을 도와야 한다는 주장과 은행별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것 자체가 시장경제 원칙을 벗어났다는 주장이 맞선다.

정치권의 압박에 떠밀린 은행들은 30일 '기본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울상을 짓고 있다. 자칫 은행의 자산 건전성 침해, 신용불량자 양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번 대책은 먼저 주식회사의 이익에 대한 정부 개입이란 점에서 관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주들의 출자로 이뤄진 주식회사는 이익에 대한 처분권이 주주에 있다"며 "이를 정치권에서 간섭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사실상 은행 영업이익의 10%는 은행별로 약 1000억~2500억 규모로 전체 대출 자산의 0.1~0.2%에 불과하다. 부담이 크지는 않다는 것. 그러나 각 은행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적용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사업 확장을 위해 기업 인수합병(M&A)을 고려하는 은행이라면 내부 유보금을 미리 확보해야 하고 외국계 주주가 많은 등 내부 사정상 배당을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인 은행도 있다. 공공성을 강조하다 기업 발전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권의 한 임원은 "전혀 감동적이지 않은 대책"이라며 "은행에 일정 부분 공공성을 요구할 수는 있겠지만 이는 미소금융 재원을 확대하는 등 각 은행의 판단에 맞기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의 공공성 이슈는 항상 나오는 얘기지만 시장경제원칙을 벗어나서 이뤄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치논란과 함께 거론되는 것은 10% 할당에 따른 자산 부실화 우려다. 저소득 신용대출의 회수율은 다른 대출보다 약 5배 높다. '쉽게' 대출 받은 사람들이 '모럴헤저드'에 빠질 우려도 있다.


한 대형은행 고위 임원은 "갑자기 10% 대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다"며 "지금 은행권 상황이 녹록치 않다,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받는 사람들의 모럴해저드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빌려주기만 하면 다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얼마전까지는 수익성을 강조하더니 이번에는 공공성을 강조한다"며 "국제경쟁력도 갖춰야 하는데…(부담이 많다)"고 푸념했다.

시중은행인 A은행 관계자도 "영업이익 10% 대출은 돈 많이 버니까 자산부실화를 감수하고 제한 없이 빌려주라는 것"이라며 "말이 안된다고 보지만 분위기상 어쩔 도리가 없다"고 푸념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회수율이 저조할 것을 우려, 정작 필요하지 않은 계층에게 대출을 해주며 10% 비율만을 맞출 수도 있다"며 "비용이 많이 들고 논란이 많은 만큼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은행들은 이미 다양한 서민대출 지원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지난 7월 햇살론 출시 이후 은행권 서민금융상품의 실적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시중은행인 B은행 관계자는 "10% 할당은 은행 경영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며 "지금도 사회공헌 등을 하고 있고 희망홀씨대출 등도 있다. 연합회에서 정치적인 면을 따져 오버한 것같다"고 말했다.

C은행 관계자는 "연합회가 은행들에 별도 의사타진 없이 여당 제안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다"며 "이래저래 말이 많지만 청와대나 금융위원회 모두 이쪽으로 분위기가 흐르고 있어 결국 (은행들이)수용하게 되지 않겠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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