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믿다 빚더미"…성난 운정3지구 주민

머니투데이 송충현 기자 | 2010.10.04 07:08

개발무산위기·토지보상 지지부진…GTX 연장 힘들어질 수도

↑30일 서울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파주 운정3지구 주민 300여명이 집회를 열고 있다. ⓒ송충현 기자
"우리의 소원은 보상, 꿈에도 소원은 보상..."

지난달 30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 파주신도시 운정3지구 주민 300여명이 관광버스 8대를 나눠 타고 속속 집결했다. 머리가 희끗한 장년층이 대부분이었다.

붉은 머리띠를 두른 채 집회를 준비하던 김모(64) 할머니는 "한창 가을 농삿일로 바쁠 땐데 우리가 오죽하면 서울까지 와서 이러고 있겠냐"며 "농사고 뭐고 다 죽게 생겼으니 이렇게라도 해야지.."라며 씁쓸해 했다.

김 할머니를 포함한 300여명의 파주 주민은 '보상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청사 앞에 내건 후 정부의 신속한 대책을 요구하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지지부진한 토지보상에 운정지구 주민 "거지될 판"
이들이 정부청사를 찾은 이유는 신도시 개발과 관련해 운정3지구의 토지보상이 계속 늦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재정난을 겪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해당 지구의 사업중단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며 지역주민들을 실망케 했다.

LH는 이날 사업장별 사업 연기 축소 기본방향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11월 말로 연기해 운정3지구 주민들의 원성을 샀다.

운정3지구 대책위 정상교(41) 사무국장은 "정부의 말만 믿고 대토를 위해 은행 대출을 받은 농사꾼들은 다 길바닥에 나앉게 생겼다"며 "사업이 진행될지 아니면 보상이라도 제때 될지 뭐 하나 속 시원하게 말해주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대토를 위해 농협과 축협 등에서 총 4억원을 대출받았다는 박모(65)씨는 "1년에 이자만 3000만원 가까이 내고 있다"며 "빚을 갚기 위해 가진 땅을 처분하다 보니 결국엔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쫓겨나게 될 판"이라고 푸념했다.


↑운정3지구 주민이 피켓을 들고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송충현 기자

◇운정3지구 '폭탄' 파주신도시 피해보나
파주신도시는 운정1·2지구 955만㎡, 3지구 693만㎡ 등 총 1648만㎡에 8만54가구가 공급되는 대규모 개발사업이다. 지난 2006년 9월 첫 모델하우스가 문을 열자 하루 1만명 가까운 방문객이 찾는 등 부동산 광풍을 이끌기도 했다.

최근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올 초만 해도 5억5000만원에서 거래되던 교하읍 H아파트 132㎡ 매매가는 몇 달새 8000만원 가까이 빠지는 등 부동산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아파트는 남아도는데 기반시설과 편의시설이 부족한 게 큰 이유 중 하나"라며 "김포 한강신도시와 인천 검단신도시 등 대형 신도시가 가까이 있는 것도 부진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파주시민들은 지난해부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화성 동탄신도시-고양 킨텍스(74.8㎞)노선을 파주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요구해 왔다. 부족한 교통인프라를 확보해 지역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LH가 운정3지구를 포기 사업장으로 선정하면 GTX 연장마저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GTX 일산-파주(6.4㎞)노선의 경제성지표(B/C)는 0.75로 사업을 진행하기에는 경제성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운정3지구 개발 무산으로 GTX 수요 감소마저 겹치면 파주 시민들로서는 협상카드를 잃는 셈이다.

운정3지구 개발에 포함된 광역교통개선비 3500억원 활용도 불가능하다. 대책위 정 사무국장은 "운정3지구 주민뿐 아니라 파주시민 전체에 해가 갈 수도 있는 일인데 정부가 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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