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서민 '침수'보다 '보증금'이 더 무섭다"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 2010.09.29 13:54

서울시 '반지하주택 신축규제' 논란 현장 가보니… "현실 모르는 탁상행정" 질타

↑화곡8동 다가구주택 밀집지역
"서민 동네에선 반지하가 없으면 돈 없는 이들이 살기어렵죠. 침수 한번 됐다고 건축규제를 한다는 것은 국민들에게 눈가리고 아웅하는 겁니다."

서울 강서구 화곡8동의 G공인중개사 전모 대표는 서울시의 침수지역 반지하주택 건축 규제 대책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다세대 빌라가 빽빽히 모여있는 이 동네는 추석 연휴 첫날인 지난 21일 폭우로 인해 많은 반지하 가구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이같은 피해가 서울시내 곳곳에서 발생하자 지난 24일 서울시는 '건축법 제18조'를 개정해 강서구 화곡동과 양천구 신월동 등 시내 침수지역에 한해 반지하 주택을 제한하고 장기적으로는 이를 서울 전역에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로써 1984년 다세대주택이 도입된 이후 저소득 서민층의 대표 주거공간이었던 반지하는 차차 자취를 감추게 될 전망이다. 일단 서울시는 이미 매입한 다세대주택 2688가구의 반지하를 폐쇄할 계획이다.

전 대표는 "요즘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은 나이들고 생활비도 거의 못버는 사람들인데 이들이 반지하가 사라지면 어디로 갈 수 있겠냐"고 반문하며 "시에서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임대주택 등으로 대체주택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임대료가 더 오를게 뻔하지 않냐"고 꼬집었다. 이어 "반지하 세입자들에게 무서운 건 침수가 아니라 더 비싸지는 임대료"라고 덧붙였다.

이 일대 방 2개짜리 전용 33㎡ 반지하 주택의 경우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가 30만원선이지만 같은 면적으로 1층만 올라와도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0만원으로 임대료가 두배나 뛴다.

↑ 폭우로 침수됐던 집기들
또다른 침수피해 지역인 신월5동에 사는 이모씨(여)도 "10년 동안 이 동네에서 살았는데 이전까지 한번도 수해 피해는 없었다"며 "최근 오갈데 없는 저소득층들이 어쩔수 없이 차선책으로 선택하는 게 반지하인데 서울시 발표는 뜬금없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서울시 반지하 규제 발표를 했지만 논란 속에 추진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서울시는 7년전 수해 당시에도 반지하 건축을 규제하는 취지의 대책을 내놓았다가 접은 바 있다.


일단 법 개정과 관련한 국토해양부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국토부 김병수 도시정책관은 "건축법 개정을 하지 않더라도 '국토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의 방재지구 제도나 자연재해대책법을 통해서도 건축행위를 제한할 수 있다"며 "아직 정식 공문이 오진 않았지만 개정의 필요성을 못느낀다"고 말했다.

서민을 우선하는 최근 정책기조와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현재 서울시내 주택의 10.7%(35만가구)가 반지하인데 이를 비슷한 임대료에 대체해 나갈 주거 공간을 찾긴 쉽지 않을 것"며 "저소득층에겐 직주근접성도 필요하지만 외곽으로 나가거나 아이들이 있는 가정의 경우 고시원 등에 살 수도 없지 않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는 반지하의 열악한 주거환경 등에 대한 조사 등을 마치고 조만간 국토부에 개정 필요성을 건의할 계획이다. 만일 건축법 개정이 안되더라도 건축심의 등을 통해 반지하 공급을 억제하는 쪽으로 이끌어나갈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정책도 서민주거 안정이 우선이기에 기존 반지하의 주거요건을 보호·보완하는 게 우선이고 추가적으로 대체주택을 지어나가겠다는 취지"라며 "기존주택을 일부러 없애는 게 아니어서 영세서민들을 어렵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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