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율전쟁, 각국 환시 개입 파장은?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 2010.09.28 14:27

경쟁적 환율 약세 정책에 글로벌 갈등 고조…일부 통화 완화 효과 긍정론도

글로벌 환율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각국의 외환시장 개입이 가져올 파장이 주목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각국의 경쟁적인 통화 약세정택이 '준(準) 공조적' 글로벌 통화 완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는 긍정론도 제기하고 있으나 결국 글로벌 통화 시스템의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亞·남미 등 잇따른 환시 개입=올해 위안화 절상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사이 일본, 스위스 등 선진국은 물론 브라질, 한국 등 아시아와 남미의 주요 신흥국들이 이미 환율 관리에 나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은 지난 15일 도쿄와 뉴욕, 런던 외환시장에서 약 200억 달러의 엔화를 매도했다. 한때 82엔대로 떨어지며 15년래 최저(엔고)를 기록했던 엔/달러 환율은 이같은 개입 조치로 단숨에 85엔대까지 올라섰고, 현재 추가 개입 경계감 속에서 84엔대를 유지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스위스가 일본 보다 앞서 일찌감치 시장에 개입해 왔다. 스위스프랑 강세를 저지하기 위해 지난해 약 7년 만에 환시에 단독 개입했으며 올해 들어서도 스위스프랑이 안전자산으로서 매수세가 크게 유입되자 이에 맞서 여러 차례 매도 개입에 나선 바 있다.

아시아 국가들 중엔 한국이 지난 5월 유럽 재정위기 우려에 원화 가치가 10개월 저점으로 떨어지자 환율 방어를 위해 달러 매도에 나서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는 원화 가치가 급등하고 각국의 환율 저평가 움직임이 확산되자 이번에는 원화 매도 개입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아울러 태국은 이달 초 달러 대비 바트화 가치가 3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정부와 중앙은행이 긴급 대책회의를 여는 등 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싱가포르와 대만 정부도 최근 자국 통화 강세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개입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또 남미에선 지난해부터 핫머니 유입에 따른 환율 상승으로 인한 경제 불균형 문제를 호소해왔던 브라질이 최근 단독으로 헤알화 매도 환시 개입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콜롬비아 중앙은행도 지난 15일 현물 시장에서 달러 매입을 시작하면서 앞으로 4개월 동안 하루 평균 최소 2000만 달러씩 사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개입 효과는?=이처럼 환시 개입에 나선 나라들은 일시적으로나마 자국 통화가치의 상승 속도를 늦추기는 했지만 대체로 큰 틀의 강세 흐름을 되돌려 놓지는 못했다. 글로벌 공조가 없는 단독 개입만으로는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환시 개입을 통한 환율 저평가 시도는 다른 나라의 희생을 기반으로 이익을 얻는 '근린궁핍화정책'(beggar-thy-neighbor policy)으로 '제로섬 게임'에 가까워 결과적으로는 모두가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각국간 환율 약세화 경쟁이 심화돼 갈등과 긴장을 고조시키고 글로벌 공조를 무력화 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다만 일각에선 각국의 환율 저평가 정책이 무조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배리 아이켄그린 버클리대 교수는 각국이 자국 통화를 보다 많이 팔고 있다는 것은 통화 완화 조치를 의미한다며 '준(準) 공조적' 글로벌 통화 완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장밋빛 시나리오로 모든 나라가 개입에 나설 경우 공조보다는 경쟁이 심화돼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을 무시한 판단이라는 지적이다.

미 재무부 출신의 테드 트루먼 피터슨인스티튜트 이코노미스트는 "개입과 통화정책의 혼재는 위험할 수 있다"며 "통화 완화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보다는 자국 내 통화 시장에서만 그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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