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청년대장'에서 공식'대장' 칭호까지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 2010.09.28 10:40
북한에서는 2008년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직후 후계 구도 논의가 본격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5개월만인 지난해 1월 김 위원장의 3남인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돼 김 위원장의 최측근에게 통보됐다. 이후 지난 27일 김정은이 공식 직함을 부여받기까지 후계 작업은 전광석화처럼 진행됐다.

김정은은 후계자 내정 이후 불과 2개월 만인 지난해 3월 제12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216선거구 대의원으로 '김정'이라는 가명으로 당선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은 남한의 국회의원에 해당한다. 216 선거구는 김 위원장의 생일인 2월16일을 상징한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때부터 일반인에게도 김정은의 후계자 내정 사실이 전파되기 시작했다.

북한에서 중학교 교사로 근무하다 탈북한 한 여성은 "지난해 3월 초 교사들이 모여 학술연구를 할 때 교장으로부터 '청년대장 김 동지'가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가 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이후 북한 주민에게 김일성 전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4월15일) 축포 행사와 150일 전투 등을 김정은이 진두지휘하고 김정일 위원장이 현지지도를 할 때 김정은이 먼저 나가 안전지도를 수행한다는 등의 내용이 알려졌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작년 6월에는 김정은의 후계자 내정 사실을 해외 공관에 전파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김정은의 공식 데뷔를 예고하는 구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21일 '김일성 동지 탄생 98돌 기념 중앙보고대회'에서는 1996년 이래 14년 만에 처음으로 "당 중앙위원회를 목숨으로 사수하자"라는 구호가 등장했다. 앞서 김정일이 후계자로 내정된 1974년에도 "위대한 수령님과 당 중앙을 목숨으로 사수하자"라는 구호가 등장해 후계 세습을 예고했다.

또 지난 6월7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이라는 용어가 등장해 '당 중앙위'가 김정은을 뜻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 위원장이 지난 8월 말 중국을 방문해 중국 지도부와 회동하고 김일성 주석의 항일 유적지인 중국 지린성 지린시 일대를 둘러볼 때 김정은이 동행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국 지도부에게 김정은을 소개하고 김일성-김정일-김정은 권력 세습의 정통성을 부각시키려는 목적이었다는 해석이다.

북한은 27일 김정은에게 '대장' 칭호를 부여한 데 이어 28일 노동당 대표자회의에서는 당의 최고위직인 정치국 상무위원이나 비서국 조직담당 비서 같은 핵심 요직을 줄 것으로 알려졌다. 후계자로 내정된지 불과 1년8개월만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1974년 2월 당중앙위 전원회의에서 후계자로 내정되고 6년8개월 뒤인 1980년 10월 6차 노동당대회에서 당 중앙위 위원, 정치국 상무위원, 당중앙위 총비서, 군사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것과 비교할 때 무척 빠른 속도다.

당초 북한은 김일성 전 국가주석의 출생 100주년이자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해'인 2012년 김정은에게 공식 직함을 부여하기로 했지만 김 위원장의 건강 악화 때문에 후계 공식화를 앞당겼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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