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달라진 역학구도- 새로운 힘의 대결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 2010.09.27 18:48

[글로벌 인사이트]

중국과 미국, 일본간의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미국과 그 우방세력인 일본 대 중국이라는 전통적인 대립 틀에는 큰 변함이 없지만 면면을 들여다보면 이전과는 확 달라진 점이 눈에 띈다. 과거의 중국이 미국과 일본의 공세에 소극적인 외면으로 일관했다면 지금의 중국은 힘을 앞세운 압박이 먼저다.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재능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처럼 칼날을 안으로 감추는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명실상부한 'G2'로서의 힘의 논리가 우선이다.

최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간 갈등에서 이 같은 압박 외교가 여실히 드러났다. 일본이 자국 어선을 나포하고 선장을 억류하자 중국은 고위급 접촉 중단과 자국 주재 일본 대사 초치, 희토류 수출 중단 움직임(양국 정부가 모두 부인하고 있지만)과 여행 제한, 스파이 혐의 일본인 체포 등 전방위적으로 일본을 압박했다.

결국 일본이 중국인 선장을 석방하며 한발 물러섰지만 중국은 공식적인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며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미 체면이 구겨질 대로 구겨진 일본 정부로선 사실상 수용 불가능한 요구다. 도발에 가까운 중국의 요구에 일본 열도도 들끓기 시작했다. 중국 영사관에 신호탄이 날아들 정도로 반중감정은 달아올랐고 자민당 등 야당은 '굴욕외교' 또는 '외교적 완패'를 성토하며 중국에 백기를 든 간 나오토 내각의 해산을 요구하고 나섰다.

중국의 강공에 미국과 일본은 기존 동맹 강화로 맞섰다. 일본 정부의 환시 개입으로 잠시 서먹해졌던 미·일 관계가 중국의 공세에 양국이 공동보조를 맞추면서 자연스레 봉합되고 중국의 목소리 확대와 함께 이념이 아닌 경제논리가 원인이 된 새로운 냉전 구도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3일 간 나오토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미일 안보동맹이 세계 안보의 주춧돌(cornerstone)일 뿐 아니라 양국 안보에도 커다란 의미를 갖고 있다고 논평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자 일본 정부는 즉각 센카쿠열도도 미일 안보동맹에 포함되는 지역이라는 해석을 내놓으며 화답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일본의 환시 개입을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양국의 협력을 강조했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고 위안화 절상에 대한 공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애써 일본의 환율 중재를 모른 체한 셈이다.

미국은 이번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위안화 저평가 문제가 집중 논의되길 희망하고 있다. 반중 감정을 결집시켜 위안화 절상 공조를 이끌어내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뉴욕타임스는 이와 관련, 미국이 중국과 주변국간의 영토분쟁에서 평화적인 중재자를 자처하며 다자적 해결을 지지해 중국을 간접적으로 포위하며 아시아 영향력 재확대를 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일간 갈등은 중국의 사과 및 보상 요구로 다음 라운드로 접어들었다. 2라운드는 더 이상 내몰릴 곳 없는 데까지 밀린 일본의 벼랑 끝 반격과 힘을 확인한 중국의 불도저식 밀어부치기가 맞부딪히며 이전 라운드보다 훨씬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간 위안화 전쟁 역시 서울 G20회의와 요코하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담을 앞두고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미국은 G20과 APEC이 발판이 돼 1980년대 엔화 절상을 이끌어냈던 '플라자 합의'가 재현되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직접 목격한 중국이다. 급격한 통화 절상의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섣불리 위안화 국제화나 공조에 나서기보다 환율과 경제 안정이 먼저라는 것쯤은 이미 충분히 통감하고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네 남편이 나 사랑한대" 친구의 말…두 달 만에 끝난 '불같은' 사랑 [이혼챗봇]
  2. 2 '6만원→1만6천원' 주가 뚝…잘나가던 이 회사에 무슨 일이
  3. 3 바람만 100번 피운 남편…이혼 말고 졸혼하자더니 되레 아내 불륜녀 만든 사연
  4. 4 20대女, 하루 평균 50명 '이 병'으로 병원에…4050은 더 많다고?
  5. 5 밤중 무단횡단하다 오토바이와 충돌 "700만원 달라"... "억울하다"는 운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