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일부 후보자가 고사하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국내·외 사외이사들은 사외이사들 모두 공감할 수 있는 후보를 찾을 수 있게 후보의 대상자 폭도 넓히고 좀 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조율하자는 의견들을 제시했다.
사실 이번 이사회는 문제가 많았다는 지적이 있었다. 특히 신한지주 재일동포 주주들이 또 한 번 격앙된 감정을 드러냈다. 신한지주 이사회가 신상훈 사장에 대해 직무정지 결정을 내린 지 2주 만에 또 이사회를 열어 사장 직무대행 선임을 논의한다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어서다.
한 재일동포 주주는 "이럴 거면 이사회에서 해임을 시키지 왜 직무정지 결정을 내렸냐"며 "이사회 결정대로 검찰 조사 결과 나오면 그때 그 결과에 따라 진행하면 되는데, 지금 사장 대행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한지주 지분 17%를 가진 재일동포 주주들을 대표하는 4명의 사외이사는 이미 이번 안건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상태였다. 도대체 뭐가 그리 급해서 '사장 고소-직무정지-직무대행 선임' 등 일련의 과정이 한 달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동안 진행되고 있냐는 것이다. 일부 재일동포 주주들은 "(신한지주가)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한참 전부터 신 사장이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해 놓고선 이제 와서 무슨 직무대행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반응도 비슷했다. 신한지주 내부에 정통한 금융계 한 관계자는 "사장 직무대행이 지주 내 일반 업무를 맡고 라 회장이 중요 사안 결재만 할 예정이라고 했는데, 신한지주는 이미 모든 게 라 회장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굳이 그렇게 구분 지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내부적으로 뭔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한지주는 결국 안팎의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이사회를 잠정 연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문제는 이처럼 신한지주가 예측 가능치 못한 카드를 꺼내면 꺼낼수록 의혹만 더 생기고, 신한지주가 그토록 바라는 '조직의 안정'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진정으로 조직을 생각했다면 이사진들은 물론 주주들 사이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왜, 굳이, 지금 이 시점에서..." 등과 같은 말이 나오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
라응찬 회장을 비롯해 경영진이 대국민 사과를 한 게 엊그제다. 국민들은 더 이상 혼란을 원치 않는다. 신한지주가 앞으로 이번 사태를 대할 때 더욱 신중한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